6일 저녁 서울대 근처 작은 음식점.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의 30대
남자가 간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기타를 들고 '아침이슬', '영산강'
등 80년대 포크음악을 열정적으로 불렀다. 중간중간 가사를 틀리긴
했지만 100여 관객은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가수는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 '나눔기술'의 사장 장영승(37)
씨. 전자결재와 문서관리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 개발로 연간 80억원
의 매출을 올리는 유망 기업 대표다.
장사장은 학창시절(서울대 컴퓨터공학 82학번) 노래동아리 '메아
리'에서 활동했다. 시국집회에서 힘찬 민중가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던 그는 85년 미 문화원 점거사건에 가담, 2년7개월의 실형을 살
기도 했다. 졸업 후 컴퓨터 회사를 다니다 단돈 150만원으로 나눔기
술을 차린 그는 성공적인 기업을 일궈가고 있다.
"그동안 사업 때문에 노래에 대한 사랑을 잠시 잊고 지내왔어요
고뇌하는 마음으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던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죠.".
이날 공연은 중국 베이징대 박사 원동욱(37)씨, 서울대 강사 이창
학(38)씨, 가수 윤선애(35·여)씨 등 예전 메아리 선후배 3명이 함께
했다.
장사장은 "386세대의 기쁨과 희망, 슬픔 등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묶어 9월쯤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아시아 대중음악
1만5000여곡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레츠뮤직'(www.letsmusic.com)
이란 IP(정보제공)사업도 시작, 취미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어린 딸을 데리고 공연을 보러온 이정우(84년 서울대총학생회장)
변호사는 "아직도 열정을 갖고 무대에 서는 장사장이 무척이나 부럽
고 아름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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