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터키의 아침은 지진과 암흑, 공포로 시작됐다.

1200만 인구를 지닌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 내 20여개 건물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지진은 45초간
계속됐지만, 몇몇 시민들은 침대 매트리스를 건물 밖으로 던진 뒤 투신해 대피했다. 대피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으나, 도시간 주요 도로가 단절돼 탈출은 쉽지 않았다. 붕괴된 고가도로 주변에서 교통사고도 발생했다.
이스탄불 근교는 [날림 건물]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고, 증권거래소는 이날 문을 열지
못했다. 지진은 1906년 미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 버금갈 만큼 강력한 데다, 여진(여진)이 8시간 동안
300여차례 계속돼 불안감을 더했다.

진앙지 부근 이즈미트에선 건물 97개가 붕괴해 200명 이상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수백명이 잔해에 깔렸다.
정유공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병원들은 환자들로 넘쳐 경상자들을 돌려 보내거나 거리에서 치료하기도
했다. 폭격맞은 듯 무너져 내린 건물들에는 친지를 찾는 생존자의 절규와 아우성으로 가득했고, 일부 주민들은
가족들을 찾기 위해 손으로 잔해 더미를 헤쳤다.

이즈미트 인근 골추크 해군기지에서 군인 250여명이 붕괴 건물에 깔려 압사했으며, 시내 도로는 깊은 골을
드러낸 채 갈라졌다. 취침시간이어서 인명피해는 더욱 컸고, 구조대원들은 시신 343구를 찾아냈다. 시 당국은
500개 건물이 무너져 2만 가구가 피해를 당했으며, 1만여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진앙지로부터 430㎞ 떨어진 앙카라에서는 사상자가 없었으나 지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전력 공급과
전화가 끊어졌다. 친지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해 통신 두절사태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불렌트 에체비트 총리는 피해를 입은 건물안에 들어가지 말 것을 촉구했다. 서부-중부 일부 주(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군 병력이 생존자 수색과 재해복구 작업에 투입됐다.

지진 피해 경험이 많은 인접국 이란은 [이슬람국의 비극]을 애도하고 의료진 파견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스페인 스위스도 구호요원-수색견 지원 등을 약속했다. 전통적 경쟁국인 그리스가 지원
의사를 밝혔고, 독일은 100만 마르크 구호자금을 내놓기로 했다.

터키는 91년 이후 리히터 규모 4.7 이상의 [살인 지진]을 5차례 겪었다. 지난해 6월 아다나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144명을 희생시켰고, 92년 3월에는 653명을 앗아간 지진이 동부에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