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딸인 에밀 들뢰즈(34)가 영화감독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은 「새 살갗」(Peau neuve)이
이달 중순부터 영화관에 걸리면서 언론의 본격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에밀의 소? 적 꿈은 승마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고가 잇다르면서, 더우기 사고를 당한 말들이 너무 비참하게 죽는
모습에 낙심한 나머지 인생진로를 바꾸게 된다.

에밀이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서로가 서로에게『완벽했다』는
것이다. 서로 의견이 같아서가 아니라, 서로 철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차원에서다. 에밀은 이렇게 말한다.

『나와 아버지는 서로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의견이 일치됐죠.
그러나 아버지와 나는 모든 부분에서 달랐어요. 아버지는 라이프니츠를
좋아하셨고, 나는 로렌츠 취향이었죠.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아버지가
선호하는 영화는 전혀 달랐습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바란 것은 오로지
애정 뿐이었습니다.』

에밀이 아버지와 닮은 점이 있다면, 영화에 대한 이론 보다는, 그저
어떤 『영화가 좋다』고 말할 때의 취향같은 것이 서로 비슷했다고 할
것이다. 에밀은 일본의 쿠로사와 감독을 좋아했고, 나중에는 로마로
건너가 펠리니 감독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기도 한다.

84년 「약한 남자」라는 단편으로 영화에 데뷰한 에밀은 단편 위주로
작업을 해오다 독불 합작 방송인 아르테에 「모든 소년과 소녀들」이라는
TV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아버지가 95년 자살한 이후 영화에 대한 에밀의 철학은 좀더 자연주의적,
행동주의적으로 변모했다. 에밀은 꿈은 말 사육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결코 지식인이 되지 않을 겁니다. 나는 펜을 쥐고 있으면
불편합니다. 영화를 만들 때 제일 힘든 일도 시나리오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갖고 있으면 마치 말에 탔을 때처럼 행복해요. 영화는
승마를 닮았지요. 살아 있는 생명체와 함께 야외로 나간다는 것이지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도 같고요. 나 스스로에게
함몰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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