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송선미(23)는 당돌했다. 모델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으면서도 "모델은 처음부터 관심없었다"고 했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얘기를 꺼내자 "연기가 형편 없었다"며 잘랐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녀가 "이기적인 아이들이 싫다"고 말했다.
함부로 말을 놓는 잡지사 사람들에게 대들다, 표지 모델 자리를 빼앗긴
적도 있다. 매사에 분명하고, 직선적이다.
요즘 그녀는 KBS 2TV 미니시리즈 '마법의 성'에 출연한다. 돈많은
'킹카' 잡아 신분 상승을 노리는 백화점 여직원 방애자다. 모피 코트를
사러온 중년 여성이 옷만 늘어놓고 불평하자 "당신같은 사람에겐 옷
안판다"며 사납게 쏘아부친다. 거의 쫓겨날 뻔하다, 주차장 안내
도우미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러 사납게 했어요. 백화점 직원들
속시원하라구요."
"천방지축 방애자 역이 잘어울린다"고 했더니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동안 푼수같은 역을 많이 했거든요. 이젠 좀
차분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키 큰 애가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연기 모델로는 고현정, 줄리아 로버츠, 맥 라이언을
손꼽는다.
연예계 입문은 96년 SBS '슈퍼엘리트모델' 대회 2위 입상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모델생활은 거의 안했다. SBS 미니시리즈
'모델'에 바로 캐스팅됐다. "연기가 어려워서 맨날 울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강해졌다"고 했다. 그후 SBS '이웃집
여자', MBC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에 출연했다. 중간에 영화
1편과 오락 프로그램 사회를 봤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연예인이 될 팔자였다고 한다. "아빠가
그러셨어요. 쟤는 연기자가 될 모양이라고…. 울다가도 금방 웃고,
연기를 잘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브라운관 속 세상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도 잠시였다. "오락 프로그램 보면 재밌잖아요.
그런데 녹화장에서 보면, 카메라가 돌기 전에는 출연자들이 아무
말도 안하는 거예요. 그러다 카메라만 돌면 즐겁게 떠들고…."
그래서 오락 프로그램엔 잘 안나간단다. 마지막 말에도 '욕심'이
가득했다. "대표작을 남겨야 할텐데…, 평생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글=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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