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화(극본)와 최용훈(연출). 연극계 젊은 콤비가 만들어낸 창작
뮤지컬 「황구도」는 미국식 뮤지컬에 대한 한국적 「대안」을 내놓으려는
몸짓이 역력하다. 화려한 스펙터클은 일부러 자제한 것 같고, 노래에는
「감미」를 털어냈다. 해피 엔딩으로 가기 딱 좋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간다. 인물 설정부터가 그렇다. 동물을 의인화했는데 하필이면
개들의 세계다. 그리고 주인공은 개중에서도 가장 미천(?)한 「황구」, 쉽게
말해 똥개다. 아담(조승룡)이라는 수컷 황구가 예쁜 스피츠 캐시(이재은)를
좋아한다. 그러나 개 주인인 인간(주용만)은 「고상한 스피츠에게 황구가
어울리는가 」라며 아담을 캐시로부터 떼어낸다. 그리곤 캐시를 수놈 스피츠
「거칠이」(강성진)와 결혼시킨다. 아담의 괴로움이 시작된다 .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라는 점에서 「황구도」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츠」를 얼핏 연상시킨다. 그러나 「황구도」는 「캐츠」와 전혀 다르다.
황구 아담은 「캐츠」의 고양이 그리자벨라 처럼 극의 마지막에서 「극적으로」
행복한 운명을 맞지도 않는다. 똥개 아담은 상처입은 사랑을 잊으려 온 세상을
떠돌지만 마음속 한 구석엔 언제나 캐시가 있다. 캐시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아담을 먼 발치에서 바라볼뿐인 암컷 황구 「눈썹」(전수경)의 가슴은
한없이 아프다. 이 작품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집착하던 아담이, 세월 흘러 그
집착에서 자유로와졌을때 비로소 자유와 사랑에 다가가는 이야기는 「황구도」
에서 가장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의 우스꽝스런
풍경도 「황구도」엔 있다. 특히 개역할을 맡은 배우들에게 특별히 동물분장을
시키지 않는대신 사람들 역 배우들을 길다란 손가락과 너무 많이 몸에 걸친
옷등으로 표현한 것은 「아마 개의 시선에서 사람을 보면 저렇게 낯설지
않을까」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그럴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구도」는
뮤지컬로서는 미완의 작품이다. 뮤지컬의 핵심인 노래와 춤이 세련미나 음악적
상상력 면에서 빈약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멜로디로 나 이 너무 많아
가슴을 흔들기엔 힘이 부친다. 일반적 뮤지컬에 대한 기대를 갖기보다 「노래와
춤을 가미한 연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처럼 「화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노래나 춤이라는 시각-청각 언어가 테마와 일심동체로
녹아있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4-3375
(* 김명환기자 mh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