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Roman Hoiday)은 가장 낭만적인
로맨틱 코미디 중 하나이다. 오드리 헵번은 메이저 영화 첫 주연작인 이
영화로 데보라 커, 애바 가드너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따내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상대역 그레고리 펙은
촬영을 마친 뒤 헵번의 여우주연상을 확신하며 그녀의 이름을 영화
타이틀보다 먼저 올려야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마지막 기자회견
장면에서 헵번이 눈물을 흘리지 못해 거듭 N.G.를 내자, 와일러는 크게
화를 냈고 이에 민망해진 헵번이 눈물을 흘려 제대로 찍을 수 있게 됐다는
후문이 있다.

유럽의 한 소국 공주 앤은 순방 일정에 지쳐 몰래 숙소를 벗어나와 로마
밤거리를 떠돈다. 길에서 잠든 앤을 집에 데려와 재운 신문기자 조는 다음날
그녀가 공주임을 알고 특종을 따낼 좋은 기회로 여긴다. 하룻동안 로마관광을
자청한 조의 야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애틋한 사랑으로 바뀐다.

(* 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