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을 향해 치닫는 KBS 사극 '왕과 비'가 연산군과 인수대비의 불꽃 튀는
맞대결에 초점을 맞추며 막판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인수대비(채시라)는
폐비 윤씨(김성령)와의 대결에서 'KO승'을 거뒀다. 그러나 연산군(안재모)과의
승부는 그리 간단치 않다.
설날 연휴 기간 '왕과 비'는 폐비 윤씨 묘소 이장을 둘러싼 두 사람이
힘겨루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어머니 묘의 이장을 명령한 연산군에
대해 인수대비는 식음을 전폐하며 반대한다. 하지만 연산군은 '석고대죄'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인수대비는 마침내 굴복하고 만다. 두 사람의 팽팽한
연기 대결 덕분에 '왕과 비'는 굵직한 외화가 휩쓴 연휴 기간 시청률 경쟁에서도
상위권을 지켰다.
'왕과 비'의 성공 비결은 날선 대결 구도다. 작년말 사약까지 불사하며
인수대비와 맞선 폐비 윤씨의 '활약'으로 '왕과 비'는 시청률 40%를 넘보는
인기를 누렸다. 올들어 '왕과 비'는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려는
연산군과 인수대비의 팽팽한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정하연씨는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복잡한 사극보다 인물 위주로 축소한 드라마에서 극적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것같다"고 분석한다.
'왕과 비' 성공에는 등장 인물들의 극단적 캐릭터를 잘 살려낸 연기자들의
공이 크다. 인수대비역 채시라는 10대부터 시작해 60대 노역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드라마 중심 기둥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젊은
시절보다 노역으로 가면서 오히려 더 잘한다"는 찬사를 듣는다. 가수 김태욱과
웨딩 마치를 울릴 3월27일은 '왕과 비' 종영 다음날. 마지막까지 드라마에
최선을 다하려는 각오를 엿보게 한다. 흠이라면 노역 분장이 부자연스러워
어색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 예쁘게 보이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나무랄게 없다.
연산군역을 맡은 신예 안재모도 당초 걱정과 달리 호연하고 있다. 어머니
복수를 위해 인수대비에게 일단 숙이고 들어가는 노회한 인물을 그럴싸하게
연기한다. 제작진은 "나이가 어려 걱정이 많았는데, 뜻밖에 보석을 발견했다"며
흡족해 한다. 폐비 윤씨로 나왔던 김성령은 '왕과 비'의 상승곡선에 불을 붙인
공신이다. 그만큼 연기자들끼리 벌이는 신경전도 대단했다. 김성령은
"스튜디오에만 들어서면 온종일 눈을 부라리느라 힘들었다"고 말한다.
종영을 두달도 채 남기지 않은 '왕과 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정하연씨는
"연산군은 뛰어난 시를 수백수나 남긴 문장가로,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엉터리 왕은 아니었다"며 "왜곡된 측면을 바로잡고, 역사의 희생자로서의
연산군을 그리겠다"고 했다. '왕과비'는 3월말 186회로 막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