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인생 10년째. 하지만 백승도(32·한전)는 늘 뒷전이었다. 91년
마라톤에 입문할 때만 해도 "스피드가 최고"라며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나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의 '화려함'에 가려 빛을 내지 못했다.

백승도는 13일 열린 도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9초로 5위에 입상, 무려
8년 만에 자기 기록(2시간10분07초·92년)을 경신하는 '기적'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주목받지 못했다. 세상의 관심은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운
이봉주(30)에게만 쏠렸다.

그래도 14일 귀국한 백승도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젠 2시간7분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사실 백승도는 스피드만큼은 국내
최고로 꼽혔다. 5000??? 한국신기록(13분50초35초·87년) 보유자로 5000 ???와
1만 에서는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를 능가했다. 98년 전국육상선수권 2관왕,
98·99전국체육대회 2관왕, 98아시아선수권 1만??? 우승 등 두 종목을 휩쓸었다.

그 화려한 성적이 마라톤에 이어지지 못한 것은 지구력과 근성 부족 탓. 잘
뛰다가도 레이스 후반 급격한 체력저하로 처지는 일이 잦으면서 자신감까지
잃었다. 체력이 남아 있어도 막판에 온힘을 쏟지 못해 기록경신에 실패한 적도
많다. 92년 세번째 레이스 때 2시간10분07초의 호기록을 낸 뒤 뒷걸음질을 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도쿄마라톤은 그런 점에서 백승도에게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다음 레이스
때는 기록과 상위입상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 홍헌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