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실패,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김수현 드라마 '불꽃'(SBS 수~목
밤9시55분)이 지난주로 전체 32부작 중 꼭 절반을 넘겼다. 많은 화제와
기대를 업고 출발한 이 드라마의 '전반전'은 참담한 실패로 판가름났다는
게 방송가의 공통된 중간 평가다.
2월2일 방송을 시작한 '불꽃'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MBC '진실'
독주에 눌려 10%대를 맴도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달 MBC 경쟁작이
'나쁜 친구들'로 바뀌면서 20%대로 올라선 시청률은 23일 격차를 3.1%까지
줄일 만큼 따라붙었지만, 16부 내내 한번도 앞선 적이 없었다.
'불꽃'은 방송 전부터 이영애(지현)와 이경영의 격렬한 키스신을
예고편으로 내보내는 '충격 요법'으로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일으켰다.
김수현이 과연 '청춘의 덫'에서 과시했던 파괴력을 재현할 지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초반 이영애와 조민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김수현'식 대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여행길에서 만난 남자와 느닷없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쉴 새 없이
태도를 바꾸는 지현의 태도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한 드라마 PD는 "요즘엔
줄거리가 별로 궁금하지 않은 스타 위주 드라마가 뜬다"며 "얽히고 설키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가 시청자들 감각과 어긋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수현의 기세는 여전하다. 지난주 극중 시어머니
강부자가 며느리 이영애에게 토종더덕과 수입더덕 구분법을 가르치는 장면
촬영이 무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소품 담당이 토종더덕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느 드라마라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으련만, '천하의 김수현'
작품이니 감독도 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 한 장면을 위해
촬영장에 나왔던 강부자는 헛걸음하고 돌아갔다.
SBS는 "중반에 접어들면서 드라마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후반으로
갈수록 김수현 특유의 저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운다.
김수현이 반격을 노릴 드라마 후반부는 어떻게 진행될까. 태풍의 눈은
부정을 알고도 이영애와 결혼한 차인표다. 모질 것 같던 차인표는 예상과
달리 이영애를 끔찍하게 아낀다.
드라마는 시집에서 엄청난 문화 격차를 겪는 이영애의 고민, 그리고
이영애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경영ㆍ조민수 커플의 갈등을
축으로 펼쳐진다. 시청자 심리를 누구보다도 잘 읽는다는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과연 '절반의 실패'를 극복하고 "역시 김수현"이란 소리를
들을 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