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당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운지 보여주려 했다.』
우발적으로 처음 살인을 저지른 뒤 평소 자신을 구박하고 못살게 굴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흘 만에 모두 4명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5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고아원 출신으로 결혼도 못한 채 밑바닥 생활을 해온 그는
사회의 냉대와 폭력에 결국 살인으로 앙갚음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경기도 이천경찰서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이천과 충북단양
등에서 이모(51)씨 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천병선(52)에 대해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조사 결과, 천의 첫번째 살인 동기는 노름판에서의 「개평 2500원」
때문이었다. 천은 지난 12일 오후 4시25분쯤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천시 중일동
S건강원 개 사육장에서 이모(51)·김모(39)씨 등이 노름하는 것을 구경하던 중
「개평 2500원」을 챙기려다 이씨와 싸움이 붙었다. 천은 이 과정에서 격분,
말리던 김씨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고 달아나는 이씨를 쫓아가 가슴과
머리를 찔러 숨지게 했다.
천은 첫 살인 직후 「복수의 화신」으로 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됐고, 그동안 나를 업신여겼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천은 같은 날 오후 5시30분쯤
「2년 전 노점에서 붕어빵 장사를 할 때 영업을 방해한다며 자신을 폭행했던」
이천시 창천동의 박모(49·술집경영)씨를 찾아가 잠자던 박씨를 살해하고
주머니에서 3만원을 꺼내 도망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천은 이어 14일 오후 2시30분쯤 충북 단양군 문수사를 찾아가, 작년 6월 이
절에서 3일 동안 기거할 때 자신을 때리는 등 구박했다는 이유로 주지
석모(72)씨 부부를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천도 역시 결손가정 출신이었다. 충남 연기에서 태어난 천씨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누나(58)와 함께 고아원에서 생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천은 첫번째
살인을 저지른 다음날 「자신의 아버지를 때려 병을 얻게 하고 결국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사촌형(사망) 가족을 살해하려고 조치원읍까지 내려갔으나
사람을 만나지 못해 실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은 고교 1학년을 중퇴하면서 고아원을 나와 30년 넘게 객지를 떠돌아
다녔다.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노점상도 했고, 영등포에서 구두닦이도 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거처도 없어 잠자리가 필요할 때면 포교원이나 교회를 빌어
쓰거나 노숙했다. 한 때 승려가 돼, 전국을 떠돌며 탁발승 노릇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그는 첫번째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를 24일 검거될 때도 갖고
있었다』며 『배운 게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왜소한 체격(키 163㎝,
몸무게 55㎏) 탓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맞고 따돌림당하는 경우가 많아 원한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병원 정신과 이범상 교수는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개인적
인격장애로 도덕심이 없어져 버리고, TV 등으로 본 폭력을 아무 판단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연구 결과, 일부 연쇄 살인범의 경우
뇌를 다친 적이 있다는 보고도 있어, 신경과적 문제가 있는 사람인지도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