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소리를 더 잘 듣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보청기 사업을 하는 홍영희(52·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씨는 양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2급 청각 장애인. 69년
월남전에 포병으로 참전, 포성에 고막을 다쳤다. 그런 그가 96년부터 5년째
자신처럼 고통 받는 청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기증, 13일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런 시민」으로 선정됐다.


사진설명 :
‘장애인 돕는 장애인 ’홍영희씨(맨 오른쪽)와 그 가족들.
/(*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

월남전에서 돌아온 홍씨는 72년 9급으로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점점 더 나빠지는 청력 때문에 고통에 시달렸다. 33세부터 보청기 신세를

졌지만 소리가 안 들리자 성격도 까탈스러워졌다. 친지 가족까지도 멀어지는

등 성격이 괴퍅한 외톨이가 됐다.

96년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보청기 사업을 시작한 그는 이때부터 교회,
절, 성당, 청송보호감호소, 복지관 등을 통해 581명의 청각 장애인에게
보청기를 기증, 들리지 않은 소리를 되찾아주었다.

홍씨는 『장애인들의 기쁨보다 나의 기쁨이 더 컸고, 그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청각학과 언어치료를
전공하는 두 딸 빛나(25)·하나(23)씨도 『아버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말해 홍씨를 기쁘게 했다.

부인 김정희(47)씨, 두 딸과 함께 요즘 수화를 배우는 홍씨는
서울시민상으로 받은 상금을 들고 서울 강동구 보건소를 찾았고, 이 지역의
청각 장애노인 15명에게 보청기를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