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에 먼 나라서 유골도 없이 전사한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이젠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정 덕분에
마음의 상처가 가셨습니다.』

지난 51년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 육군 지미
스트릭랜드(당시 21세) 상병의 친누나인 로즈 그리핀 (77·미국
애리조나주) 할머니가 한국인 작곡가의 도움으로 6.25 50주년 기념식
참석차 다시 한국을 찾았다.


사진설명 :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을 둘러보는 로즈 그리핀(왼쪽)씨와 김명환씨.
/(*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

그리핀씨는 지난 98년 『언젠가 지미가 묻힌 곳에 꼭 가보라』는

어머니 유언을 지키기 위해 처음 방한했다.「장항」이라는 지명이

찍힌 전사 통지서 한 장 들고 한달 넘게 충남 장항 등지를 헤매다,

동생 전몰지가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이라는 것만 알아내고 무덤은

찾지 못했다.

이 사연을 신문에서 읽은 작곡가 김명환(41·천안대 작곡과
교수)씨는 자신이 작곡한 곡을 담은 피아노 교본과 함께 『동생의
희생 덕에 전쟁터였던 장항동이 아늑한 신도시가 됐다』는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그리핀씨는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고향에 모여
당신 편지를 읽었다』며 『죽기 전에 동생이 숨진 나라를 한번 더
가고 싶다』고 답장했다.

그리핀씨와 김씨가 2년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걸 알게 된 대한항공이
비행기표를 제공하고, 국방부는 6.25 50주년 기념식 초청장을 보냈다.
씨월드투어 여행사는 경주 등을 돌아볼 호텔비를 부담키로 했다.
고양시 주민들도 『여비를 보태겠다』며 작은 정성을 모았다.

17일 오후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김포공항에 내린 그리핀씨는
김씨 손을 꼭 잡고 『동생이 친절한 한국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리핀씨는 7월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