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공이 안 무서워요." 2일 잠실 야구장. SK가 두산전 14연패에서
탈출하는 순간 마운드에 선 투수 김원형(28)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1년
넘게 그를 괴롭혀 온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전주고를 나온 김원형은 현대 박경완의 동기 동창. 91년 19세의 나이로
선동열과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93년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어린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10일 한화 장종훈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코뼈가 내려앉고 광대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으면서
김원형은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지난 5월 다시 마운드에 선 김은 예전의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시속 140㎞대의 공을 뿌릴 만큼 몸은 회복됐지만 공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문제였다. 7월초까지 10연패에 허덕이던 김원형에게 힘을 준 것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의 '2세'. 첫 아이의 출산이 다가오면서 김은
'아빠의 책임과 용기'를 갖게 됐고, 지난달 26일 LG전에서 첫 세이브를
따내면서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 2일 경기 후 첫 아들의 탄생 소식을
들은 김원형은 "올해는 인생 최고의 해"라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꼭 옛 명성을 되찾겠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