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든 네 살인 원로법학자 장경학 박사가 불교 포교사로
변신했다. 동국대 법정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한 장 박사는
지난 25일 동국대 후기 졸업식에서 불교대학원 '지도자 과정'을
졸업하고 포교사 자격을 획득했다.
"사회과학과 불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와 저술에 힘쓰겠습니다. 그 동안
불교는 사회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대중화와 현대화를
소홀히 한 느낌이 있습니다."
일본 교토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서울대, 동아대, 연세대,
한양대 교수 등을 역임한 장 박사는 우리나라 민법과 법사회학계의
최고 원로 중 한 사람. 그는 또한 춘향전을 법률적으로 분석한
박사 학위 논문을 비롯하여 법과 문학을 넘나드는 많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교수 직을 정년 퇴임한 후에도 대학
주변을 떠나지 않았던 장 박사는 그 동안 깊은 관심을 가져 오던
불교 공부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불교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98년 가을 손자뻘 되는 사람들과 함께 입학한 그는 '불교사상사'
'한국불교사' '포교론' 등 16 과목을 수강하며 포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이론과 실용 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수업을 거의
빼먹지 않는 성실한 학생이었고, 특히 자신의 직계 제자인 연기영
동국대법과대학장이 담당하는 '사회복지 법규' 과목을 수강해,
사제 관계가 뒤바뀌기도 했다.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인 장경학 박사는 "우선
요즘 한창 늘어나고 있는 도심 사찰들의 불교 교양대학에서
포교사로서 첫 발을 디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