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7개월간 미국 은둔 뒤 귀국하는 가수 서태지를 맞는 김포공항 국제선 1청사는 29일 2000여명의
열성팬들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서태지를 태운 LA발 아시아나항공 201편은 예정보다 조금 빠른 이날 오후 6시 30분쯤 도착했다. 이때부터
공항 1층 로비는 10~20대 여성팬들이 외치는 구호와 노래소리로 가득 찼다.
서태지는 오후 6시 58분 공항 1청사 2번 출입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의 열광은 극에 달했다. 서태지는
어깨에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썼고, 힙합풍 흰색 면바지에 흰색무늬가 섞인 검은색
스웨터차림이었다.
그는 “서태지”를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한 차례 손을 흔들었지만, 기자들 질문에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900여명의 전·의경을 동원해 현관까지 통로를 마련했지만, 서태지는 잠깐 모습을 보인 뒤 다시
보세구역으로 들어가 청사 옆 서쪽출구를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후 서태지 행방을 찾는 팬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통에 청사 주변이 30분여 동안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팬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열성팬 200여명은 이날 오전 6시부터 1청사 입국장 앞자리를 선점했다. 이들은 「오빠 우리 이제
많이 컷쪄?!」 「태지 오빠 고마워요. 우리는 하나입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태지의
노래를 부르거나 '태지야 고마워' '컴백 축하'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대부분 여중고생 또는 20대 초반
여성들이었으며, 하나같이 흰색 티셔츠를 입고 노란 손수건을 흔들었다. 나우누리 팬클럽 시삽
강대훈(19·홍익대 1)군은 "어렸을 때는 서태지를 잘 몰랐지만 나이 들면서 더욱 좋아하게 됐다"면서 "팬클럽
멤버도 14세부터 31세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행객들은 입국장을 '점거'한 열성팬들로 큰 불편을 겪었다. 중국에서 귀국한 김봉회(61·서울
역삼동)씨는 『입국장에 들어서니 건물이 떠나갈 듯한 노래소리에 깜짝 놀랐다』며 『나라의 관문인
공항에서 이런 모습은 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