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 싱젠 누구인가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 자유를 발견한 작가―.』
중국 작가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차지한 가오 싱젠(고행건ㆍ60)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은 이같은 찬사를 보냈다. 문학이 그렇듯, 그의 삶 역시 자유를 향한 목마른 장정의 연속이었다.

1940년 중국 장시(강서)성 간저우에서 태어난 가오는 배우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5세때 무대에 서기도 했으며, 아버지가 은행원으로 유복한 생활을 했던 터라 그림, 연극, 바이올린 등 다양한 문화수업을 받았다.

17살 때에는 프랑스어 학원을 다녔고 베이징 외국인 대학에 진학, 불문학을 전공한 뒤 중-불 문화교류의 선봉에 서게 된다.
활발한 번역활동을 펼치던 그에게 닥친 첫번째 시련은 문화대혁명.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사상 재교육을 실시했던 57군사학교에 5년동안 수용됐다. 풀려난 뒤에는 중국 작가협회에서 번역을 계속했다. 첫 소설을 쓴 것은 1978년. 1981년부터는 베이징 인민 예술극단으로 소속을 바꿔 희곡을 쓰기 시작한다.

나중에 잘못된 진단으로 밝혀졌지만 1982년에 그는 폐암 선고를 받고 실의에 빠진다. 또 83년에는 중국 공산당이 가오의 작품에 대해 “인민의 영혼을 오염시킨다”며 공격을 가해 왔다. 심지어 1986년 이후에는 중국 내에서 그의 작품 상연이 금지됐다.

그의 대표작 ‘또다른 해변’이 금지된 것도 그해였다. 결국 가오는 1987년 중국을 떠났고, 이듬해인 88년 프랑스에서 정치적 난민신분을 인정받아 정착했다. 이후에는 프랑스에서 ‘삶과 죽음 사이’(1991), ‘대화와 반박’(1992), ‘야간 산책하는 사람’(1993), ‘주말 사중주’(1995) 등 수십편의 소설과 희곡을 발표했다. 대표작에는 ‘정거장’ ‘또다른 해변’이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영어와 스웨덴어 그리고 불어로 번역됐다.

금년에는 영문판 소설 ‘영산’을 발표, 인간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바 있다. 파리 근교 바뇰레 시에 살고 있는 가오는 수상 소식을 듣고, “나는 유력 후보에 끼지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놀랐다. 하지만 예상못한 상을 받으니 훨씬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1992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 훈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