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에 걸친 투옥과 세계 공산체제의 몰락 앞에서도 자신의
사상을 포기하지 않았던 「미국 공산주의의 상징」 거스 홀 (90)이
13일 뉴욕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0대에 공산주의 활동을 시작한 홀은 일생 동안 미 공산당과
운명을 함께 한 대표적 지도자. 1949년 폭력혁명을 통한 연방정부
전복을 선동해 8년반동안 투옥됐고, 1959년 미 공산당 의장으로
선출됐으며, 4번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등 쉼없는 활동을
벌여왔다.
홀은 1910년 미네소타주에서 노조 지도자였던 폴란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금속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그는 몇 차례의 파업주도와
투옥을 반복했고, 1930년대초 모스크바의 레닌학원에 유학하면서
공산주의 신념을 다졌다. 오랜 감옥생활을 마친 그가 미 공산당
의장으로 선출된 1959년은 서서히 공산주의 운동이 몰락해 가던 때.
스탈린 사망 후 흐루시초프가 벌인 스탈린 격하운동과 미국 내 반공열풍 등
내우외환으로 공산당의 영향력이 축소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홀은 변함없이
자신의 사상과 공산당을 지켰고 1994년 마지막으로 출마한 대선에서는
3만8000표를 얻기도 했다. 90년대 초 구 소련체제의 몰락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나는 내 신념대로 살아왔고, 사회주의 없이 역사의
전진도 없다고 믿는다』며 『일보 후퇴는 대세를 바꾸지 못한다』고
굳건한 신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