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국내파들이 삐걱거린다.
최근 현대 정민태(30)의 입단 계약으로 내년 요미우리에서 뛰게 되는
국내파는 지난 96년 먼저 일본에 건너간 조성민(27)과 올해 현해탄을
건넌 정민철(28)까지 3명. 낯선 땅에서 서로 의지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요미우리 삼총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11일 정민철과 조성민의
일본내 대리인 손덕기씨의 결혼식장. 정민태의 요미우리행이 확정된
뒤의 첫 만남이었다.
하객들이 정민태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유독 조성민 만큼은 데면데면한 표정으로 의례적인 인사만을 보내 한때
결혼식장이 썰렁해지기도 했다.
정민태의 요미우리 입단이 결정되고 한차례 전화통화를 나누었던
정민철은 "형, 축하해요. 좋은 선택이었어요. 자존심을 버리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라며 축하와 함께 경험담을 들려주는 등 선배에 대한
깍듯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식장 입구에서 정민태와 마주친 조성민의 얼굴엔 찬바람이
일었다. "정민태 선배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조성민이었지만 뜻밖에도
"안녕하세요"라는 단 한마디 인사만 한 뒤 싹 돌아서버렸다.
반갑게 악수를 하려던 정민태가 머쓱해진 순간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야구인들도 `하필, 요미우리행이냐'는 식의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조성민의 태도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선 조성민의 불만이 정민태의 요미우리행으로 인해 불거져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외국인 투수 1군 등록은 2명. 이미 선발로
뛰고 있는 메이와 올해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1명,
조성민 정민철 정민태까지 포함하면 요미우리의 외국인 투수는 5명.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는 셈이다.
조성민의 측근에 따르면 조성민이 국내파들의 잇따른 입단으로 줄어드는
입지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민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 요미우리 삼총사들이
자칫 `내분'에 휘말려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포츠조선 권정식 기자 jskw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