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쿠자 남편과 그를 변화시킨 한국인 아내의 이야기가 안방극장에
훈훈한 감동을 불어넣고 있다.

4일 첫 회를 방영한 KBS 2TV '인간극장―야쿠자의 아내(극본
정유신·연출 장보근)'가 그것.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8시45분 방영될
이 5부작 다큐멘터리는 일본 야쿠자 조직 서열 5위였던 남편 나카지마
테츠오(51)씨와 그의 한국인 아내 이성애(40)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카지마씨는 현재 야쿠자를 탈퇴한 사람들의 기독교
선교모임 '미션 바라바'의 일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씨가 나카지마씨를 만난 건 지난 1986년. 대구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일본 신주쿠에 있는 한 대학에서 메이크업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신주쿠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나카지마씨는 우연히 만난 이씨에 반했고,
돈 없는 유학생이었던 이씨는 '사업가'라는 나카지마씨와 친해져
이듬해 결혼하게 된다. 사실 나카지마씨는 중학교 졸업 직후인
16세때부터 줄곧 조직 생활을 해오던 터였다.

"사실… 나는 사업가가 아니라 야쿠자요." 결혼 당일 식장 가는 길에
나카지마씨는 이씨에게 정체를 드러낸다. 이씨는 당시 야쿠자가 뭔지도
몰라 남편이 주는 용돈을 한달 100만엔씩 쓰며 지냈다. 결혼 후 집에서
일본도가 나와도 장식품인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나카지마씨는 결혼 전
약속대로 주 6일은 야쿠자 생활을 하고, 매주 일요일엔 아내와 함께
교회를 나갔다.

그러던 92년, 상급자를 없애려 했다는 이유로 나카지마씨는 조직에서
파문 당한다. 돈과 친구를 모두 잃어버린 나카지마씨에게 남은 사람은
아내 이씨 뿐. 이씨는 이때부터 남편과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주먹밥
300개를 싸서 노숙자들이 모이는 우에노 공원을 찾는 등 남편의 갱생을
도왔다.

현재 나카지마씨는 도쿄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를 비롯한 8명의 전 야쿠자들을 소재로 영화도 촬영중이다. 이 영화
'미션 바라바(가제)'는 내년 5월 한·일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