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정치적·경제적·심리적으로 '광우병 공황' 상태다.
예방차원에서 시작된 쇠고기 금수조치가 무역분쟁으로 비화하고
있고, '인간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광우병에 관한 문서화된 기록은 1985년 5월 영국 남부 윌트셔의 수의사
레이 윌리엄스(Ray Williams)가 최초. 87년 7월 영국 당국이
'우해면양뇌증(우해면양뇌증·BS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광우병 대란'의 서막이었다.
영국은 88년 7월 광우병에 감염된 소를 모두 도살하겠다고 밝혔지만
각국의 영국산 소 금수조치는 계속됐다. 광우병의 불길은 90년 11월
스위스, 91년 2월 프랑스 등으로 옮아붙었고, 쇠고기 소비급감이 뒤를
따랐다.
96년 3월 영국정부가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 환자 10명의 사망과
광우병의 연관 가능성을 인정하자 파동은 공황으로 진행됐다.
유럽연합(EU)은 영국 쇠고기의 역내 유통을 전면 금지했고, 연매출
30억달러의 축산업은 붕괴상태로 내몰렸다. 축산업자들의 자살이
잇따랐고 위기는 도미노처럼 유럽 각국으로 전파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광우병 공포는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재발했다.
까르푸 등 대형 유통체인의 감염제품 유통의혹이 제기된 것.
안전지대라던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감염된 소가 계속 발견됐고,
이탈리아에 이어 영국마저 프랑스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며 조치의 강도를
둘러싼 무역마찰과 감정싸움도 계속됐다. 그 사이 영국 88명, 프랑스
3명, 아일랜드 1명이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vCJD)으로 죽었거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당장은 수입금지와 관리·예방 외엔 대책이 없다.
지난주 캐나다, 미국 등은 그동안 안전하다고 인식됐던 브라질 쇠고기에
수입금지의 철퇴를 내렸다. 지난 10월 2차 파동 이후 4개월 동안 EU는
10억유로(약 1조원)를 광우병대책에 쏟아부었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96년 이전까지의 감염 쇠고기가 대책 없이
유통됐고, 병의 인체 잠복기간이 수년~수십년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광우병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