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신세기 빅스의 포인트가드 강기중(26)은 요즘 무척 입맛이
쓰다. 시즌 통틀어 코트에 서 본 시간이 딱 한 번 11초. 게다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실책 하나, 파울 하나를 저질렀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는 하나도 없다. 정규리그가 마지막 5라운드에 접어들었는데 공
만져본 것이 언제인가 싶다.
강기중이 유일하게 코트에 선 것은 지난 11월30일 부천서 열린 LG와의
경기 때. 종료 직전 출전했다가 패스 미스로 공을 빼앗기고 급한 나머지
상대선수가 슈팅하는 순간 파울까지 저질러 보너스 원샷을 헌납했다.
그리곤 바로 벤치로 소환됐다. 연봉이 5350만원인 그로서는 죽을 맛이다.
전체 선수 중 16일까지 단 1득점도 기록하지 못한 선수는 강기중을 비롯,
신석(SK) 이현주(LG) 권종오 이세범(이상 현대) 박준석 김종흥
정한신(이상 삼보) 등 모두 8명. 이중 강기중의 부침은 가장 극심하다.
지난 시즌만 해도 강기중은 날리는 주전급 식스맨이었다. 파이팅 좋고
스피드도 빨라 포인트가드 기근에 시달리던 신세기의 게임 리딩을 거의
책임지다시피 했다. 총 45경기 중 38경기에 출전, 109어시스트(게임평균
2.8개)에 142점(게임평균3.7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캔드릭 브룩스에게 역할을 뺏긴데다 SBS에서 이적한
홍사붕에도 밀려나 사실상 출전 기회를 봉쇄당하고 말았다.
내성적인 면도 있지만 유쾌한 성격에 마이크만 잡으면 바로 가수로
변신하는 분위기 메이커 강기중이 지금은 말을 잃고 지낸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기회는 언제나 찾아온다. 유재학 감독은 "강기중은 스피드가
좋고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라며 "슈팅만 보완된다면 팀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로 언제든 쓸 수가 있다"고 했다. 강기중 역시 "올해와
내년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절치 부심하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입대할 예정이었지만 이것도 한해 미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