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희생 헛되지 않도록"##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8일 오전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교장 최성룡) 제11기 소방간부후보생
졸업식에서 만난 황은식(35·고려대 영문학과 졸업)씨는 "막상
불과의 전쟁을 벌이는 사지로 떠난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지만 좋은
소방관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소방관의 기도문'을
보여줬다. 증권회사에서 6년간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황씨는 연이은
소방관 순직 사고 후, 소방관들 사이에서 구전되어오는 이 기도문을 항상
갖고 다니게 됐다고 한다.
이날 졸업한 소방간부후보생 40명은 작년 3월 130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교했다. 대부분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30세 전후의
나이들로, 지난 1년 동안 이곳 중앙소방학교에서 합숙하며 화재진압,
수난·산악구조, 소방법 등 현장실무와 소방전문지식을 습득했다. 이들은
앞으로 일선 소방파출소장이나 소방서 구조대장을 맡게 된다.
졸업생들은 이날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겠다"며, 여러 각오들을 피력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천창섭(31)씨는 "소방장비나
화재진압·인명구조 방법의 과학화를 이루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걱정반, 기쁨반'의 표정들이었다. 최홍영(34·전남대
법학과 졸업)씨의 어머니 정숙자(54·전남 무안군)씨는 "TV로 순직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너무 가슴 아팠다"며 "지금도 말리고
싶지만 남을 위해 평생을 살고 싶다는 아들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한동 국무총리와 최인기 행정자치부 장관, 최성룡
중앙소방학교장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