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실제인물 레오폴드 페이지
(Leopold Page)가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87세로
타계했다. 페이지는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 덕에
학살을 모면했으며, 쉰들러의 유태인 구출 활약상을 전파, 책과 영화로
빛을 보게 했다.
페이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했다가 부상당한 뒤 귀향, 플라스조우에
있는 나치 수용소에 수감됐다. 1944년 페이지 부부는 900여명의 유태인과
함께 쉰들러가 운영하는 브린릿츠 군수품 공장으로 옮겨졌고, 그 곳에서
일하던 유태인 1200여명과 함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쉰들러가 나치
장교에 뇌물을 주어 이들을 빼돌렸던 것. 페이지는 당시 '쉰들러
리스트'에 173번째로 기재된 인물이었다.
페이지는 종전후 미국 베버리힐즈에서 가죽 가게를 열고, 사람들에게
쉰들러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귀담아 듣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1980년
호주인 소설가 토머스 커닐리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2년후 소설 '쉰들러
리스트'를 출판했다. 페이지는 또 매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전화를 걸어 "오스카의 얘기로 오스카상을 탈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스필버그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었고, 이 영화는 93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