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울지 말라고 빨리 전화드리고 싶어요."
삼성 포인트가드 주희정(24)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MVP로 호명되는 순간에도, 덥썩 안아주는 안준호 코치의 품에서도 부산 집에서 TV를 보고 계실 할머니(김한옥씨ㆍ68) 생각뿐이었다.
할머니의 품에서 자란 주희정은 간경화증을 앓는 아버지를 모시는 의젓한 가장이면서 삼성 선수들을 지휘한 야전사령관이었다. 고려대 2년을 중퇴하고 나래에 입단한 뒤 나이가 어려 한시즌을 쉰 주희정은 97∼98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시즌 삼성을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놓친 한을 역대 최연소 MVP로 떨쳐낸 주희정은 트로피와 3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MVP를 수상한 소감은.
▲태어나서 오늘처럼 기쁜 날은 처음이다. 욕심은 조금 있었지만 맥클래리가 받을 줄 알았다. 선배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우승 순간 누가 떠올랐나.
▲힘들게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다. 부산에서 TV를 보며 울고 계실 텐데 빨리 전화드리고 싶다. 합병증에 시달리는 아버지의 건강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약점인 슈팅력이 향상된 비결은.
▲돌아가신 김현준 코치께서 늘 슈팅에 대해 지적해 줬다. 김코치가 이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김동광 감독 아래서 기량이 늘었는데.
▲시야와 게임리딩 등 포인트가드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 줬다. 하지만 (강)동희형이나 (이)상민이형이 10층 아파트에 있다면 나는 이제 1층에 올라섰을 뿐이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대학을 그만두고 나래에 가기 전 몇개월을 쉬었을 때다.
-상금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우리 팀은 상을 받으면 동료들과 함께 쓰는 게 관례다.
-앞으로의 포부는.
▲우승했다고 자만하지 않겠다. 배운다는 자세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스포츠조선 잠실=김미연 기자 ibi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