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만에 상황 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절차는 다 밟았다.

LG의 사령탑 교체는 16일 오전 4시간여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잡음을 줄이기 위한 '철통 보안' 원칙을 오차없이 잘 지켰다. 한명이
움직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고민은 길었다. 15일 두산에게 4-0으로 이기다
7대9로 패한 장면을 지켜봤던 권혁철 대표이사는 혼자 밤새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어느덧 새벽 3시. 개막때부터 계속된 긴 고뇌에 마침표를
찍고, 날이 밝기 무섭게 민수기 구단주대행에게 전화를 걸었다.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구본무 구단주의 승인을 받아내는 일이
남아있었다. 이때가 오전 9시30분쯤. 권대표는 여의도의 '쌍둥이
빌딩'으로 달려가 대기했다. 비서에게 방문 목적에 대해 살짝 귀띔만
한채 무조건 발걸음을 옮겼던 것.

"야구단 일은 구단 사장이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쉰
권대표는 본사 건물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김성근 1군 수석코치(현
감독대행)에게 전화를 했다. 오전 10시40분 커피숍에서 만나
한시간동안의 설득끝에 어렵게 승락을 받아냈다. 김 감독대행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정리 좀 해야겠다"며 권대표의 식사 제의를 거절한채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 남아 있었다. 줄담배를 피우던
권대표는 몇번을 망설이다 핸드폰을 들었다. 이광은 감독의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자신이 불러들인 사령탑에게 '퇴출 명령'을 내려야 했던 권대표는
"고0생많았다. 미안하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큰 잡음없이 일을
마무리 했다지만 권혁철 대표에겐 누구보다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스포츠조선 양정석 기자 js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