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엽의 미국 대통령 쿨리지는 정력적으로 암소와 교미하는 숫소를
보면서 "저 소가 항상 같은 암소와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말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쿨리지 효과'는 상대를 바꾸었을 때 욕망이
증대되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이다. 토니 골드윈 감독의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26일 개봉)는 바로 '쿨리지 효과'를 재치있게
영화적으로 원용하면서 시작한다.
토크쇼 섭외 담당자인 제인 굿웰(애슐리 주드)은 새로 들어온 PD
레이(그렉 키니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레이는 둘이 함께 살
아파트를 구하자마자 제인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상처받은 제인은
홧김에 바람둥이 PD 에디(휴 잭맨) 집에 룸메이트로 들어간다.
'썸원 라이크 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귀엽고 스타일이 톡톡 튀면서도
바탕에선 지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이다. 구체적
실연에서 시작해 남자들의 바람기에 대한 이론을 정립해나가는 이 영화의
귀납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는 주인공의 이름 제인 굿웰이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을 패러디해 지어졌다는 사실에서도 암시된다.
자막을 이용해 사랑에 울고 웃는 제인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표현하고,
레이와의 섹스 때 아이들이 환희나 엑스터시 같은 단어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풀이하는 장면을 중간중간 끼워넣어 웃음을 유발하는 식의
아이디어가 재치있다.
'썸원 라이크 유'는 낭만적 사랑을 상품화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그 낭만을 부정하는 '인류학적 자세'로 극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종반에 이르러 로맨틱한 해피
엔딩으로 귀착하면서 '마음의 논리는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파스칼의 말을 변명처럼 애교있게 갖다댄다. (이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