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시10분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2층 전시실 천장에서 화재진화용 이산화탄소가 분사되면서 관람 중이던 유치원생과 학부모 등 60여명이 질식,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2층 천장에 설치된 6개 소방용 분사헤드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자 30여명의 관람객 중 20여명은 미처 빠쳐나가지 못한 채 2층 출입구에 쓰러졌다. 대피과정에서 가스를 흡입한 40여명의 관람객들도 미술관 앞 노상에 쓰러져 구토 등 중독현상을 보였다.
사고 직후 경찰과 119 소방대가 긴급 출동, 질식한 관람객 등을 강북삼성병원·한국병원 등으로 긴급 후송해 치료중이며, 반예준(여·5)양이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불명 상태다.
소방서측은 “2층 계단 입구에 1.2 높이의 수동조작함이 있는데 보호장치가 깨져 있었고 누군가 버튼을 누른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목격자 민기정(여·31)씨는 “장난감을 받기 위해 2층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천장에서 하얀 가스가 내려왔다”며 “딸 둘을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1층에 있던 관람객 이미선씨는 “화재경보음이 울리고 나서 2층에서 뿌연 가스가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며 “지하와 1층에 있던 사람들은 곧장 대피했으나 2층의 관람객들은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금호미술관에는 어린이를 위한 기획전 ‘풀룩이와 둠박해’가 열려 유치원생들이 관람객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관람객 중 누군가 장난으로 소화용 비상단추를 눌러 소화용 밸브가 열리면서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