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발생한 서울 금호미술관 가스누출 사고는 그 정도에서 그치길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한 인재였다. 2년 전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씨랜드 참사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유치원생들이 또다시
변을 당할 뻔한 이번 경우 역시 우리 사회의 불감증이 빚어낸
'안전사고'라는 점에서 공공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에 재차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번 사고는 아무리 최신설비를 갖춰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크나큰 재앙을 부른다는 교훈을 남겼다. 96년 말에 완공한 금호미술관은
미술품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물 대신 이산화탄소(CO2)가 분사되는
소화장치를 천장에 설치했다. 경찰은 한 유치원생이 가스가
방출되는 화재경보기 스위치를 눌렀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그로인해
일시에 6.7k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아래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유치원생이라면 아직 사리분별이 안돼 어떤 장난을 칠지
모른다. 그런데 소화용 화재경보기가 1.2m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면 팔을
뻗어 만질 수 있는 거리이며, 2mm 두께의 플라스틱 덮개도 어린이 힘으로
깰 수가 있다. 위치와 강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번 가스누출과 질식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미술관측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루 수백명의 어린이가 입장하는 전시라면 경보기가 있는
위치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든가 어린이들이 장난치지 못하도록 장치를
했어야 했다. 또 경보기를 누르면 30초 내지 1분간 사이렌이 울려
대피하는 시간을 준뒤 가스가 분출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을 미술관측에서
「오작동」 운운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린이 사고의 책임은 어른들과 이 사회에 있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번
일깨워야 한다. 평소 학교나 가정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질서교육,
안전교육이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 또한 공공장소에서의 자녀들의 무질서한 행동을 "아이들
기죽이지 말라"며 방치하는 추세여서 언제 어디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지
두려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