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서울 명동·회현동에서 활약하던
암달러상들은 자주 강·절도범의 표적이 되곤 했다. 이들의 두둑한
현금주머니를 노리는 범죄는 과거 TV인기드라마 「형사반장」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지난 24일 일어난 회현동 암달러상 할머니를 상대로 한
절도사건도 이런 옛날을 상기시켜준다.

이날 오후 5시쯤 회현동 1가 남대문 시장 안의 낡은 2층짜리 목조가옥
단칸방에 사는 이모(75) 할머니 집 벽장에 도둑이 들어 무려
1억10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한화 7730만원에 엔화 340만엔이었다.

이 집은 한때 '일출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남대문 상인들
사이에서 '암달러 촌'으로 더 유명했다. 4~5평짜리 방이 닥지닥지
붙어있는 이 건물에 암달러상들이 몰려 살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30여세대가 살고 있다. 대부분이 수십년째 암달러상을 해 온 60~70대
할머니들이다. 이보다 젊은 사람들은 전업하거나 이곳을 떠났다.

20년째 사는 김모(여·72)씨는 "6·25때 월남한 이북 출신 여자들이
하나둘씩 자리잡아 '암달러촌'이 형성된 것"이라며 "한창 때는
입소문으로 알려져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곤 해서 굳이
시장에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성을 날렸다"고 말했다.

외화가 귀한 60·70년대에는 대기업까지 달러를 사러 오곤 했지만 90년대
들어 정부의 외환자유화 정책으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남대문 시장 안에는 대형 환전소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절도를 당한 이씨 할머니를 비롯한 '암달러촌' 할머니들은
끈질기게 남아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허름한 목조가옥의 인근
땅값이 최근 평당 4000만원까지 치솟은 것도 할머니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