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원을 들인 대작 액션 ‘무사 ’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오는 정우성.‘비트 ’와 ‘태양은 없다 ’에서 보여줬던 저항과 폭발의 에너지가 담긴 캐릭터를 이 영화에서도 이어간다. <br><a href=mailto:yhhan@chosun.com>/한영희기자 <


정우성이 2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김성수 감독과 세번째 함께하는 새
영화 '무사'다. 원나라가 스러지고 명나라가 새로 건국하는 중원 땅엔
칼바람이 분다. 고국으로 돌아올 길이 막막해진 고려 사신 일행은 원군에
?기는 명나라 부용공주를 구해 귀국 길을 앞당기려 한다. 정우성이 맡은
역은 사신 일행 중 노비 출신 무사다. 창술 솜씨가 보통아니라고
소문났다.

#1. 무사 비트 태양은 없다

정우성을 90년대의 '우상'으로 만든 것은 김성수 감독의 '비트'와
'태양은 없다' 2편이다. 폭발 직전의 좌절과 욕망을 지닌 뒷골목 청년,
'비트'(96년)의 민과 '태양은 없다'(98년)의 도철은 중심을 잃은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 상처받기 쉬운 속살로 곧장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 CF를 통해 확대 반복되는 한편 코미디 프로그램등에서 수없이
패러디됐다.

"한가지 이미지에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것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특정 캐릭터를
가지고, 그걸 영화마다 발전시켜나가는 것, 그것만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검게 그을은 얼굴. 몸엔 탄탄하게 근육이 붙었다. 불과 3년 전 인데,
'태양은 없다'의 미소년 느낌은 이제 싹 가셨다. 대신, 나직나직,
또박또박, 바른 단어를 찾아 대답하는 말에는 조심스러움과 자신감이
함께 배있다.

"제가 이 사회의 바닥에서 저항하고 좌절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그걸 잘 발전시켜야할 책.임.이. 있.겠.죠." 말 속엔, 보이지 않는
점들이 찍힌다. 심.심.할.땐, 일. 안할 때죠. 그래서, 일을. 계속. 해요.
높낮이 없는 말투로 그는 "캐릭터는 흔히 단선적이기 쉽지만, 나이가
들고 작품이 쌓이면서 거기 겹겹의 디테일을 만들어 넣는 것이 배우로서
내가 할 일"이라고 정리한다.

#2. 생각이 많은 배우, 시나리오를 쓰는 배우.

그와 작업해본 감독들은 정우성이 무척 생각이 많은 배우라고 입을
모은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 그걸 생각해요. 촬영 중에도 생각나는
건 콘티 뒷장에도 쓰고, 대본 한구석에도 써요. 내 다이어리에도
쓰구요." '비트' 때부터 지금까지 콘티를 모두 모아뒀다. 거기 써놓은
글들을 죽 정리하면 하나의 시놉시스가 되기도 하고, 시나리오의 한
조각이 되기도 한다.

중국서 5개월 동안 '무사'를 촬영하는 동안, 촬영 일지를 쓴 것도
그였다. "공식 일지는 아니구요, 그렇다고해서 전적으로 내 입장만
담겨있는 것도 아니고... 나를 놓고 같이 군(군)을 이뤄한 작업이니까,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생각과 감정들이 있었나, 그걸 버리지
않는거죠."

#3. 시간이 많다.

바로 얼마전 까지만해도 조바심이 조금 있었다. 몇년전 써놓은
시나리오로, 20대 감수성이 사그라들기 전에, 남의 돈 많이 안쓰는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아니다. "그거 말고요,
돈 많이 드는 시대극을 만들거예요. 20대 안에 그 작품 해낼 수 있는
시간도 없고...그래서 포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좀 더 통찰력이 생겼을
때 작품하고 싶어요." 지난해 g.o.d의 뮤직 비디오 '그대 날 떠난
후로'를 연출했다. "꽤 평이 좋았는데, 중국에 '무사' 찍으러 가는
바람에 상을 못탔다"고 어린아이같이 아쉬하지만, "시간이 많아요.
나중에 영화 만들어서 상 타지요, 뭐. 천천히"라고 금새 웃는 얼굴이다.

"내년 쯤엔 결혼해야지요. 여자 친구가 더 나이들기 전에 해야 아기
낳는데도 어려움이 덜하다는 데요." 아기 아버지 정우성은 아직 잘
그려지지 않는다. "좋잖아요. 새로 친구가 하나 생기는 거죠."

'맨발의 청춘' 같은 격정적인 사랑을 영화 속에서 해보고 싶다. 다음
작품은 SF를 하지 않을까, 하는 중. '무사'를 찍는 동안 모래 바람,
강추위에 시달렸고 다리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고생 한 거
없다"고 하는 건, 말을 줄이는 영화 속 캐릭터 그대로다. 촬영 기간 중
피어나왔던 장쯔이와의 소문에 대한 답도 건조했다.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참, 잘하는 배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