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이씨 안변공파 출가 여성들이 작년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가 여성들도 종중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종중 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재산분쟁 넘어 여권운동으로"…집단소송 봇물 ##

딸들이 법정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혼, 자녀양육권 문제, 상속재산
다툼이 아니라 이번엔 종중 재산을 나눠달라는 소송이다. 여권신장의
기치를 세운 '딸들의 전쟁'은 이제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종중 문제에까지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소송 현황=현재 관련 소송은 모두 4건으로 1심 또는 2심이 진행
중이다. 청송 심씨 혜령종중 출가 여성들이 처음 불을 댕겼다.
심정숙(65)씨 등 이 집안 기혼 여성 7명은 지난해 3월 수원지법에 『종중
구성원임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분쟁은 지난 99년 12월 말
매각된 수원시 팔달구 소재 8000여평 종중 땅 매각대금 60억원을
「출가외인」들만 빼고 집안의 아들, 딸, 혼자된 며느리가 나눠가지면서
시작됐다. 종중의 정관에는 종중원이 「○○의 후손」으로 규정돼
있었으나 땅 매각 문제가 나오면서 남자끼리 회의를 거쳐 「20세 이상
남성」으로 바꿨다는 것. 심정숙씨는 『집안의 맏딸로서 시집가기 전에는
오빠 못지않게 조상의 제사를 모시거나 묘소를 돌보는 등 종중 일에
열심이었는데, 막상 종중 재산 처분에선 외면당했다』고 말한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와 성주 이씨 안변공파 출가여성들도 지난해 4월 각각
소송을 냈다. 이원재(54)씨 등 출가여성 5명이 소송을 낸 용인 이씨
사맹공파의 경우 용인시 수지읍 성복리 일대 임야처분 대금을
출가여성들만 빼놓고 1인당 최고 2억원씩 나눠가지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며느리와 시집 안 간 딸들에게도 수천만원씩이 돌아가게 되자
출가여성들이 항의한 것. 종중측은 처음엔『200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나중엔『한푼도 못 주겠다』고 번복했다. 이은상(54)씨는
『딸만 넷인 집안의 맏딸로, 남편과 함께 친정살이를 하면서 「큰아들
노릇」을 해왔는데 왜 종중재산 분배에서 제외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계순씨 등 성주 이씨 안변공파 출가여성도 26명이 소송을 낸 데 이어
2차로 46명이 최근 『종중재산은 상속재산과 다름없으니 딸들도
나눠달라』는 소송을 수원지법에 냈다. 이들은 『종중재산은 처분할 수
없는데, 처분해서 나눠가진 것은 종중에 대한 배임행위』라며
남성들을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이 집안의 경우에도 남자들은
1000억원대가 넘는 용인시 수지읍 성복리 일대 종중 땅에 대한
토지보상금을 나눠가졌다. 종중 재산 배분 문제가 나오기 전 종중의
정관은 「20세 이상 남녀를 종중원으로 한다」고 돼 있었지만 나중에
「성인 남자」로 바뀌었다고 여성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주 김씨 문간공파의 여성 후손 10명이 최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1인당 1000만원씩 달라』며 소송을 냈고, 박숙자씨 등 반남
박씨의 여성 후손들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용인 수지 일대에 땅을
가진 20여개 종중이 종중재산 분배문제로 내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딸들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소송 결과와 쟁점=대부분 여성들이 패소했다. 청송 심씨 소송은 작년
7월 1심에서 패소한 이후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8월 『1000만원씩 받고 소송을 취하하라』고 강제조정했지만, 여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용인 이씨도 1심에서
패소한 뒤 2심에 계류 중이다. 성주 이씨의 경우 처음 26명이 냈던
소송은 1심에서 패소한 뒤 『1000만원씩 받고 취하하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조정결정을 받아들여 종결됐다. 46명이 낸 상속재산 분배
소송은 1심 계류 중이고, 형사고소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법원이 출가여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지난 92년의 대법원
판례 때문. 대법원은 92년 양자로 입적됐던 A씨가 「종중원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종중 구성원」을 「성인 남자」라고
정의했다.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묘소를 관리하는 종중의 전통적 제도상
성인 남자로 하는 게 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1·2심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종중의 규약상 종중원이
「남녀 후손」으로 돼 있다고 해도 법적으론 「성인 남성」만 인정되고
있고, 여성은 종중 재산 분배에서 제외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