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이 1개월 이상 계속되는 가운데 혹독한
겨울이 닥쳐 오고 있다.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기후와 지형에 익숙한
탈레반측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열감지센서 등
최첨단 무기를 갖춘 미군이 오히려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겨울은 11월 중순쯤 시작돼 4달간 지속된다. 기온은 영하
40도까지 급강하하며, 2m까지 쌓이는 폭설로 산악도로가 완전히
두절된다. 강풍에 짙은 안개까지 끼어 헬리콥터도 뜰 수 없으며,
산악도로는 얼음으로 뒤덮여 걷기조차 힘들다.
1980년대 소련 침공 당시 아프가니스탄 게릴라 지도자 체포 및 암살을
담당한 특수부대 사령관이었던 세르게이 곤차로프 모스크바 시의원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은 고사하고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면서 "소련군이 겨울 동안 한 일은 주로 보급로 확보,
군사훈련, 기지 방어였다"고 말했다.
소련군 공수부대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알렉산데르 피쿠노프는 "소련
병사들이 산비탈을 오르다가 어린아이처럼 미끄러져 내렸다"면서 "이곳
기후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아프가니스탄의 겨울은 견디기 힘들다.
미국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탈레반 전사들은 산악로를 숙지하고 있으며, 고산지대의 산소가
희박한 공기와 추위에 익숙하다. 소련군 공수부대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알렉산데르 피쿠노프는 아프간 전사들이 양말도 없이 고무장화만 신은 채
얇은 옷차림으로도 잘 견뎠다고 기억했다. 그는 아프간 전사들이 무거운
식수를 등에 지고도 거침 없이 산을 탔다"며,
"이들(아프가니스탄인들)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강인한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혹독한 추위가 닥쳐오면 탈레반측의 열기를 잡아내는
미군의 열감지 센서가 더욱 제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겨울을 탈레반 병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미 일간지
USA투데이가 5일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군이 열 감지센서를 전투기 및 헬리콥터에 부착하여 동굴
입구, 군용차, 병사들을 찾아내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열
감지센서는 추운 기후에서 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미 공군의 한
장성은 날씨가 추울수록 탱크 엔진 등 열을 내는 물체와 주위의 온도차가
커지기 때문에 열 감지센서의 기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미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기온에 대한 정교한 분석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1991년 걸프전쟁 당시 열 감지센서를 이용해 이라크군 탱크의
위치를 파악했으며, 미 전투기들이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수천대의 이라크 탱크 및 무장차량을 파괴하는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군관계자는 미군이 탈레반 동굴과 벙커를 찾아내기
위해 지상정보, 위성사진, 열 센서기술을 통합해야 하며, 이 과정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병사들이 겨울이면 보급품을 확보하기 위해 산꼭대기 요새에서
계곡 마을 인근으로 내려온다는 점도 미군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89년 크렘린 수석 군사고문을 역임한 마크무트 가례예프는
"미국이 정보를 잘 조직하면 적을 찾아내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은 식량이 떨어진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을 미군편으로 끌어들이기에
쉬울 수도 있다. 옛 소련 지휘관들은 식량 및 연료를 지원하는 대신
소련군을 매복공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마을지도자들로부터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