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술 가져다가


동해 물 기울여 봄 술 담가서
티끌 세상 억조창생 취케 하련다.

欲傾東海添春酒 醉盡환中億萬人

-임숙영, 〈등비로봉(登飛盧峯)〉 3,4구


비로봉에 올라보니,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물로 술을 담궈,
명리에 취하고 탐욕에 절은 억조창생의 찌들은 마음을 깨끗이 씻어냈으면
싶다.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이 술 가져다가 사해에 고루 나눠
억조창생을 다 취케 만든 후에 그제야 고쳐 만나 또 한잔 하잣고야"라
한 흥취를 그대로 누려본 것이다. 이 술에 취하면 이전의 어리 취한
생각들은 간 데 없고, 맑고 시원한 정신, 쇄락한 마음이 샘솟으리라.
그런 술은 어디에 있나?

(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 )

※환=還에서 책받침 빼고 갓머리한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