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은행 FA컵축구 결승에서 포항의 하석주가 프리킥한 공이 담을 쌓은 대전 수비수들의 몸에 맞은 뒤 떨어지고 있다.(위)<br><a href=mailto:younghan@chosun.com>/허영한기자 <

대전 시티즌이 FA(축구협회)컵 정상에 오르며, 창단 5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대전은 25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1서울은행 FA컵 대회
결승에서 후반 8분 터진 김은중의 결승골에 힘입어 포항을 1대0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김은중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으며, 4골로 최성국(고려대)과 함께 득점왕도
차지했다.

객관적 전력에선 프로축구 정규시즌 5위(10승8무8패) 포항이
최하위(4승10무12패) 대전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됐다. 경기 전 최순호
포항 감독은 "브라질 출장에서 어제(24일) 돌아와 보니 팀이 결승에
올라 있더라"며 여유를 부렸다. 반면 이태호 대전 감독은 "모 기업
부도로 팀 살림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승까지 올라준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무관의 한'을 풀려는 대전 선수들의 투지는 초겨울 그라운드를 후끈
달궜다. 대전은 전반 14분 주전 골키퍼 최은성이 포항 박태하와 정면
충돌한 뒤 실려나가 불길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이승준이
침착하게 골문을 지키면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타박상에 시달리는
김은중은 최전방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의 물꼬를 텄고, 플레이메이커
이관우는 부상에서 막 회복한 선수답지 않게 정교한 패스를 선보였다.

전반을 0―0으로 끝낸 경기는 후반 들어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전은 후반
8분 성한수의 패스를 받은 김은중이 골키퍼 김병지와 1대1로 맞선 찬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어 리드를 잡았다. 이후 포항은
스트라이커 코난을 투입해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 대전 골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러나 코난의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이동국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두 번이나 날려 무릎을 꿇었다. 한편 정신을 잃고
실려나갔던 골키퍼 최은성은 의식을 회복했으나, 정밀 진단을 위해
충남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전 선수들과 이태호 감독은 부둥켜 안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상암구장에는 4만여
관중이 몰려 올해 마지막 국내 경기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