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불청객' 훌리건(hooligan). 축구 경기장 안팎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이 골칫거리들의 고향은 축구종주국 영국이다.
선수들의 혈투만큼 관중들의 피도 끓어오르는 축구경기의 속성상 경기장
난동의 시작도 축구와 같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1890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기장 난투극을 '신고식'으로 본다.

훌리건의 어원은 설이 분분하다. 1898년 런던 거리에서 폭동을 일으켜
체포된 젊은이들을 가리켜 영국 신문들이 처음 사용했다던가, 아일랜드의
훌리건 집안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나 훌리 갱(Hooley's gang)을
잘못 발음했다는 설, 그 밖에 비슷한 시기의 슬라브어에도 유사한 단어가
있다는 점을 들어 동유럽에서 영국으로 흘러들어온 용어라는 설도 있다.

역사 속에 숨쉬던 훌리건의 폭력성이 극단적 사회문제로 드러난 것은
1985년 5월 잉글랜드 리버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경기장에서 흥분한 영국 응원단이
이탈리아 응원단을 향해 돌진, 무너진 담장에 39명이 깔려 죽는 참사가
일어났다. 98년 프랑스 월드컵도 훌리건의 마수를 피하지는 못해
마르세유에서는 영국과 튀니지 응원단이 일전을 벌였고, 독일―유고전이
벌어진 랑스에서는 독일 훌리건들에게 공격당한 경찰관이 뇌사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공동개최한
유로 2000에서는 영국 훌리건들이 브뤼셀 시내에서 난동을 피워
400여명이 강제송환 당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날로 조직화되는 훌리건,
그들과의 전쟁은 한국의 16강 진출만큼이나 뜨거운 또 하나의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