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하와이에서 발간되는 한국신문에서 '6·25 납북자 8만명의
명단'이 발견돼 공개됐다는 소식을 보고 그간 납북기록을 찾지 못해
애태웠던 부친의 이름이 들어있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얼른
한국에 있는 동생을 시켜 알아봤더니, 아버지 성함 김기헌(金基憲)이
명단에 있고, 1950년 8월 15일 서울 중구 도동 2가에서 납북됐다고
기록돼 있었다. 부친은 6·25 직후 납북된 이후 행적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제외되어 왔다.
이곳 하와이대학에 있는 '독립운동사자료집 3·1운동 재판기록'에는
원산서 교사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원산 3·1운동 대표 13인 중 한 사람으로
체포돼 재판받은 기록이 남아있다. 매년 독립유공자 공적심사 때마다
보훈처에 신청서를 내고, 대통령에게 민원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납북 후 행적불분명으로 탈락'이었다. 남북이 갈라져 오갈수 없는데,
어떻게 북에서의 행적을 찾아내라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독립유공자
포상'은 독립운동에 관한 것이어야 하지 않는가. 납북도 억울한데,
정부가 이렇게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야 하는 건지 묻고 싶다.
( 金年子 59·주부·하와이 거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