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길었던 하룻밤.'
스포트라이트 한켠에는 그림자도 함께 따라다니는 법. 화려한 명성의 프로야구 선수는 사생활이 거의 없다.
1년 중 절반은 타지에서 보내야 하는데다 집에 머물러도 게임때문에 집안의 대부분 애경사에서 열외다.
기아의 신인투수 김진우는 지난 26일 오후 4시쯤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지난해 10월 모친상을 당한 김진우에게 할아버지의 부음소식이 날아 들었던 것.
삼성전을 앞두고 광주구장 한켠에서 러닝을 하고 있던 그는 서둘러 사복으로 갈아 입은 뒤 출발 채비를 했다.
구단에서는 기사가 딸린 차량을 제공했고, 김칠태 운영팀장이 김진우 곁을 지켰다.
빈소는 김진우가 태어난 강원도 춘천. 오후 6시쯤 광주를 출발한 승용차는 밤새도록 달려 자정이 다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김진우는 할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슬퍼할 틈도 없이 곧장 발길을 돌려야 했다.
빈소에서 보낸게 1시간 남짓. 김진우는 눈물을 훔치며 광주행 승용차에 올라야 했다.
5시간을 달려 광주에 도착한게 오전 6시. 선수단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인 김진우는 이날 오후 곧장 선수단에 합류했다.
꼬박 12시간 동안의 춘천행. 김진우는 26일과 27일 사이에 태어나서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
물론 김진우는 28일 발인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 광주=스포츠조선 민창기 기자 huelv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