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만큼이나 박진감있었던 잉글랜드 대표팀의 입국 20분.'
19일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입국은 어지간한 축구경기보다 더 눈길을 끈 대형 이벤트였다.
이날 제주공항에 모인 인원은 줄잡아 500여명. 200여명의 경찰과 특공대원을 비롯해 50여명의 서귀포시와 축구관계자, 150여명의 취재단과 100여명의 일반 팬들까지 어우러져 아닌 밤중에 제주공항은 몸살을 앓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대통령 방문을 연상케하는 삼엄한 보안 라인. 정복과 사복 경찰들이 공항 출입구부터 버스까지 가로 30m×세로 30m의 통제 라인을 만들었다. 또 공항 입구부터 10여명의 경찰이 일일이 방문하는 차량과 인원을 점검했으며, 4명이 한조를 이뤄 공항 구석구석을 샅샅히 훑고 다녔다. 폭파물 감지견 2마리도 서울에서 급파됐다.
이날 잉글랜드팀이 제주공항에서 숙소인 파라다이스호텔까지 이동하는 데 투입된 차량 만도 15대에 이른다. 선수단을 태운 40인승 버스 한대를 비롯해 5톤짜리 화물차 2대, 선도차량 및 팀 관계자용 승용차 5대, 앞뒤와 좌우를 경호하는 경찰차량 4대, 오토바이 2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특공대를 태운 차량 1대까지.
취재진의 행렬도 장관이었다. BBC는 하루 빌리는데 억대의 거금이 드는 위성 중계차를 투입했으며, 일본 니폰TV도 제주도로 날아왔다. 방송용 ENG카메라만 10여대, 사진기자들은 50여명에 달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팬들까지 가세했다. 베컴의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맞춰입은 열성팬들도 눈에 띄었는가 하면, 비행기를 타고 온 전국 각지의 팬들도 다수였다.
두바이에서의 출발이 늦어진 관계로 당초 계획보다 40여분 늦은 새벽 1시10분. 드디어 에릭손 감독과 베컴의 모습이 드러나자 두어시간을 기다려온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서귀포시 관계자들로 부터 화환을 받아든 베컴은 대낮같이 훤한 플래시 세례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버스에 올랐다.
이윽고 오언과 시먼, 헤스키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한밤 중의 환호를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왔고, 여기저기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제주공항을 빠져나간 게 오전 1시35분. 이로써 20여분 동안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화려하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입국 쇼'가 막을 내렸다.
< 서귀포=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