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서 최고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도가 격차가 약 두 달 만에
1%포인트 이내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4일 국민일보·여의도리서치 조사에서 노 후보 42.7%, 이 후보
42.2%로 양자의 차이가 0.5%포인트로 좁혀진 데 이어, 6월 1일
MBC·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노 후보 39.1%, 이 후보 38.6%로 지지도
격차는 0.5%포인트였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는
4월 2일 16.1%포인트를 정점으로, 5월 1일 11.4%포인트, 5월 22일
5.2%포인트, 이번 조사에서는 0.5%포인트로 노풍(盧風) 이후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이번 한국갤럽의 조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노 후보 지지도가 20대와
30대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열흘 전
조사에 비해 20대에서 노 후보 우세가 30.5%포인트에서 26.2%포인트로
줄었고, 30대에서도 24.5%포인트에서 18.6%포인트로 줄었다. 반면,
40대에서는 이 후보 우세가 4.8%포인트에서 8.5%포인트, 50대 이상도
25.4%포인트에서 30.3%포인트로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별로도 노 후보 지지도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하락하고 있다.
강세를 보였던 수도권과 충청권에선 이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줄거나
역전됐다. 노 후보가 열흘 전까지 7.6%포인트 앞섰던 서울에서는 격차가
0.8%포인트로 줄었다. 인천·경기에서는 노 후보의 6.1%포인트 우세에서
이 후보의 2.6%포인트 우세로 역전됐고, 충청권에서도 노 후보
5.7%포인트 우세에서 이 후보 3.7%포인트 우세로 반전됐다.
한국미래연합의 박근혜(朴槿惠) 의원 또는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이 가세한 3자 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노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
시작했다. 박 후보가 낀 경우 이 후보 35.6%, 노 후보 35.1%, 박 후보
9%, 정 후보가 낀 경우에는 이 후보 33.6%, 노 후보 33.1%. 정 후보
12.3% 등이었다.
한국갤럽의 박무익(朴武益) 소장은 "전 연령층에서 노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노 후보의 지지도는 당분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리서치의 김정훈(金廷勳) 이사는
"최근 노 후보의 언행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처음에 지녔던 참신한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6·13 지방선거 후 양자
지지도가 한 쪽으로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 "정세 좋지 않아…이제 다시 시작"
◆한나라 "우리당 자체 조사에선 미이 역전"
민주당은 후보 확정 이후 계속되는 노무현 후보 하락세에 불안해하면서도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바닥"이라고 자위하는 모습이다. 하락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 아들 구속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의 연발 등 객관적
정세를 들고 있으나, 노 후보 본인의 실책 및 후보와 당 간의 부조화
등을 지적하는 당직자들도 적지 않다.
노 후보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역전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일
정도로 정세가 좋지 않다"면서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노 후보측이 경선결과에 너무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다"면서 "성급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방문, 갈등조장형 발언
등이 하락의 직접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당직자들은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후보 비서실을 전면 정비하고 대선기획단을
조속히 가동해 대선을 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의 지지율이 앞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김무성(金武星) 비서실장은 "우리 당 자체조사에선 이미
역전됐다"며 "노 후보의 최근 행태를 본 국민들이 그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실장은 "노
후보 지지율 중 약 25~30%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DJ 지지표"라며
"대선이 가까워지고, 후보검증이 본격화되면 DJ표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품이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李丙琪) 특보는 "이
후보는 지지율에 관계없이 국민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