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라니까요, 복덩이…"

SK 투수 김원형(30)은 30일 인천 두산전을 마치기 무섭게 인천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다행이도 일부 남은 좌석, 행선지는 대구였다.

갑작스레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실은 이유는 29일 오후 세상빛을 본 딸과의 소중한 만남 때문이었다.

만삭이었던 아내 백지화씨는 지난달 17일 친정인 대구로 내려간 상태. 아무리 시즌이 한창이어도 끌리는 부정(父情)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선발 등판 하루 전인 탓에 아내의 순산을 못봤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30일 버스에 몸을 실은 김원형은 흐물흐물 터져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세살바기 아들 명현 이후 그토록 원하던 딸을 얻은데다 아기가 태어난 다음날 아빠는 그라운드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기 때문.

첫 선발등판에서 6⅔이닝 7안타 3실점 5K. 10개월여의 공백기로 6회 이후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홈런 2방을 허용했지만 만족할만한 복귀전이었음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최고 144km의 강속구를 앞세워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큰 수확. 지난해말 FA(프리에이전트)로 거액을 받고 SK에 눌러앉은 김원형은 그동안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

선배들처럼 '먹튀 FA'란 오명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성공적 재기와 득녀란 '두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자식이 복덩이'란 말이 절로 나올만도 하다.  2일 훈련 관계로 하룻만에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실은 김원형에게 1일은 가장 짧게 느껴졌던 행복할 하루였을게다.

<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