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거로도 불리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일왕저수지에 설치된 풍력 수질 개선 장치.이 같은 장치에도 불구하고 일왕 저수지는 오염악화 및 유입수 부족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수원시는 인근 계곡수와 처리된 하수를 끌어들여 이 저수지를 도시 생태거점으로 복원시킬 계획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최근 시내 11개 저수지를 생태계 거점으로 복원시킨다는
목표 아래 수질 개선 사업에 돌입했다. 전국에 1만8700여개의 저수지가
있지만 생태계 복원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질개선작업에 나서기는
수원시가 처음이다.

현재 이들 저수지들의 수질은 등급 외 판정을 판는 등 그야말로 질식
직전의 상황이다. 수원시측은 수질 개선을 통한 생태계 복원이 완료되는
2008년이면 이 저수지들은 삭막한 도시에 활력을 더해주고 생태계에는
생기를 북돋우는 '오아시스'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수원시는 자신하고
있다.

◆오염된 저수지들=지난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 내 일왕저수지. 8000평이 넘는 저수지 주변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과 주부, 운동복 차림으로 달리는
할아버지, 자전거 타는 청년, 잠자리채 들고 풀섶을 뒤지는 초등학생
등이 몰려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이 저수지는 주위를 둘러싼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게게 녹색 쉼터를 제공하는 듯하다.

그러나 저수지 주변의 산책로에서 물가쪽으로 몇 걸음 옮기자 도처에
오염된 것이 발견된다. 저수지 수면에는 녹조가 발생해 물속을 헤엄치는
자라들의 등에 시퍼런 녹조가 비칠 정도이다. 부영양화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녹조는 저수지 내 산소를 독점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한다. 수질
정화를 위해 갈대와 마름 등의 식물이 물가에 심어져 있지만 물에서는
여전히 썩은 듯한 역한 냄새가 나온다. 수원시가 최근 수질을 측정한
결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시화호가 가장 심하게 오염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인 26.3 으로 나왔다.

공원 관리원 이상덕(李相德·55)씨는 "청둥오리과 왜가리 수백마리가
아직 저수지를 지키고 있지만 썩은 물을 견디지 못해서인지 차츰 다른
곳에서 둥지를 옮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임모(45)씨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이런 저수지가 좀더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안타가워 했다. 임씨의 딸
자열(9·한일초등3년)양은 "왜가리, 개구리 등이 죽어 물에 더다니는
것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일왕 저수지에서 직선거리로 3㎞로 떨어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서호저수지도 여수로(餘水路)쪽 수면 위에는 녹조가 두껍게 덮여 있다.
호안(湖岸)은 콘크리트로 뒤덮여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원래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된 서호의 제방 바로 아래에는 농촌진흥청의 시험장이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도 저수지 물은 농업용수로 쓰지 않을 정도. 농진청의
벼재배 생육과의 한 관계자는 "물의 오염도가 높아 비료·육종 실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오염 악화 우려=현재 수원 시내 11개 저수지 중 상수원 용도인 곳은
광교·파장 저수지 등 2개소이다. 그러나 이들 2개 저수지조차도 수질은
3등급에 속할 정도로 오염도가 심해 식수로 만들기까지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수원시는 이들 저수지 물을 비상시에만 상수원으로 사용하려할
뿐이다.

수질이 등급외 판정을 받은 저수지도 3개소나 된다. 등급외 판정이란
공업용, 수산용뿐 만 아니라 생활환경 보전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방치할 경우 오히려 각종 악취와 병균 등으로 가득한
오염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원시는 서호 저수지의 경우 생활오수가 저수지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수관 처리를 했으나 이 정도로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도 힘겹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왕 저수지의 경우에는 저수지 한 가운데에 풍력
수질개선 장치를 설치해 물순환을 통한 산소 공급을 도모중이다. 지난
6월 2900만원을 들여 완성된 이 시설은 바람의 힘으로 물 속의 스크루를
회전시켜 물을 휘젓는 방식. 초속 1m의 바람이 불 경우 하루 2000여t의
물을 뒤섞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는 20만여t이 훨씬 넘는
저수지 물 수질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옛 적에는 수원 팔경=서호저수지는 18세기 조선조 정조대왕이 수원
화성을 축성했을 때 가뭄 극복을 위해 만든 것으로 수원 팔경의
하나이다. 해질 녘 저수지 수면에 비치는 여기산의 모습은 절경이라
불렸다. 수원시는 과거 오염으로부터 이 절경을 부활시키기 위해 1997년
호안과 수문 정비 사업을 실시했으나 사라진 절경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서호와 함께 만들어진 일월 저수지는 일명 '만석거(萬石渠)'로도
불린다. 1000석의 곡식을 내는 제방이란 뜻으로 정조가 1796년 "이 못을
파면서 1년도 지나지 않아 앞 들판에서 수확한 곡식이 1000곡은
되었다"고 말한 데서 따온 것. 이들 저수지들은 수원의 상징인 화성을
건설했을 당시 백성들의 터전이자 곡창지대였다. 관리원 이상덕씨는
"수원 하면 화성이고, 화성하면 만석거와 서호인데 이들이 생기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1970년대 초만
해도 이들 저수지 주변에는 백로, 왜가리, 나비, 청둥오리, 너구리 등
생태계가 풍부했다.

수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 원천과 신대 저수지의 경우는 아예 유원지로
바뀌었다. 119만여 평의 광활한 면적에 보트장, 낚시터, 야영장, 음식점,
놀이 공원이 꽉 들어차 있다.

◆생태 네트워크화를 향해=수원시는 장기적으로는 11곳의 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든 뒤 인근 녹지대 등과 연결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원 남북으로는 광교산―광교 저수지―일왕 저수지―숙지산(해발 92
m)―서호 저수지―여기산(해발105m)을, 동서로는
신대저수지―원천저수지―팔달산(해발 128m)―일월 저수지를 잇는 생태
통로로 만든다는 것.

수원시 물관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상은(李相垠) 아주대 교수는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도심에서도 왜가리를 볼 수 있게 되는 등 인간과 자연의
동식물이 더 친화적인 방향으로 공존하게 되는 모습이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원시내 11개 저수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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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화학적 산소요구량 단위(등급) 만수 면적(㎡)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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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대 COD 7.8(4등급) 34만 농업용수
2. 원천 7.1(4등급) 47만 수상·농업용수
3. 광교 3.7(3등급) 31만 비상 상수원
4. 일왕 13.2(등급외) 24만 공원용수
5. 일월 24.6(등급외) 18만 농업용수
6. 서호 26.3(등급외) 33만 공원용수
7. 파장 3.3(3등급) 6만 비상 상수원
8. 광교 소류지 2.3(2등급) 9만9000 농업용수
9. 증촌 소류지 9.1(4등급) 7만9000 〃
10. 오목천 소류지 6.2(4등급) 19만8000 〃
11. 호매실 소류지 8.9(5등급) 4만9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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