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갑부 정치인의 아들 테녹(디에고 루나)과 가난한 농부의 아들
훌리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벌거벗고 함께 수영하며 자란 열일곱살
동갑내기 친구. 각자 열애중이던 여자친구가 동시에 유럽 여행을
가버리자, 이들은 넘치는 젊음을 발산하지 못하고 심심한 여름을 보낸다.
그런 이들 앞에 아름다운 연상의 여인 루이자(마리벨 베르두)가
등장한다. 남편의 외도로 절망에 빠진 루이자는 테녹과 훌리오의 여행
제안을 받아들이고, 셋은 테녹이 지어서 말한 '천국의 입'이라는
해안을 찾아 떠난다.
사춘기 소년의 불온한 상상 같은 영화 '이투마마(6일 개봉)'는 미국
10대의 성적 호기심을 다룬 '아메리칸 파이'를 한 단계 뛰어넘는
'멕시칸 파이'다. '위대한 유산'으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최근
'해리 포터' 3편 연출을 맡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자신이 사춘기를
보낸 멕시코로 10년 만에 돌아가 쫄깃쫄깃한 성장 영화를 구워냈다.
소년들의 행동은 너무 대담해서 징그럽기도 하지만,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솔직함'이라는 매력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흘러 두 소년이 대학에 진학한 뒤 어색하게 재회할 때, 오히려
이들의 순수성이 변질된 것 같아 실망하게 되는건 그 때문이다.
영화 '이투마마'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성적(性的)인
농담이다. 속물적인 가족 얘기나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비밀이
없는 주인공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봐서는 안 될 것을 보는 듯한 묘한
관음(觀淫) 심리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순한 섹스 코미디로
치부하기엔, 계급 갈등, 정치 풍자, 삶과 죽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한 삶의 일면이 그 농담 속에 섬세하게 녹아있다.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멕시코의 이국적 풍광은 주인공들의 여행을 따라가는
기분을 한층 돋운다. 자신에게도 호기심 많은 사춘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성인 관객이라면 특히 여행에 동참해볼 만하다. 단,
노골적인 자위 장면 같은 대목은 평균적인 우리 정서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베를린 영화제 각본상, 신인남우상 수상작. 원제 'Y Tu
Mama Tambien'는 '그리고 너희 엄마도 마찬가지(And Your Mother,
too)'라는 말로 영화속 훌리오의 '충격 발언'이기도 하다. 무슨
뜻인지 지레 짐작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