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 이삿짐 센터 직원으로 위장한 검찰 수사팀의 소동을 그린 ‘2424 ’

◆ 2424

'2424'(감독 이연우·개봉 18일)는 이사를 둘러싼 소동을 그리면서
지난해 이후 우리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조폭을 등장시켰다.
정웅인·전광렬·소유진·예지원·김래원 등 개성있는 출연진이
참가했고, 누구나 이삿짐을 옮기면서 겪게 마련인 에피소드들을 따뜻한
웃음으로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너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쫓으려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손에 넣지 못했다.

시가 30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고추장 단지에 숨겨 도주하려는
조폭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검사 수사팀이 이삿짐 센터 직원으로
위장한다. 여기에 또다른 이사팀이 가세하면서 이 3자는 사사건건 엉키고
꼬이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원래 시나리오는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으로서
진작부터 충무로의 관심을 모았다. "전두환한테 장세동이 있고,
윤복희에게 여러분이 있다면 내게는 니들이 있다"(조폭 보스)는 식으로
대사 자체로는 꽤 코믹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이사와 관련된 따뜻한 드라마에 초점 맞춰진 원작 시나리오에
애써 액션 코미디를 부각시키려다 보니 일이 꼬였다. 영화속 해프닝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줄거리의 전개도 엉성하게 돼
버렸다. 카메라 움직임마저 상투적이다. 가령 이삿짐 직원이 그릇을
떨어뜨리면 그 깨진 그릇을 비추고 곧이어 놀란 이삿짐 주인의 얼굴을
보여 주는 식의 틀에박힌 편집이 잦다. 조폭과 수사진 간의
공항·도로에서의 추적신도 맹숭맹숭하다.

조폭 박태호(전광렬)와 조폭 보스의 애첩 광자(예지원), 검사
최두칠(정웅인)과 수사 형사 독고진(소유진), 또다른 이삿짐회사의 청년
사장 익수(김래원) 등 주요인물은 물론, 각 해프닝의 단역으로 출연하는
인물들이 산만하게 배치돼 있다. 특히 몇몇 단역은 연기의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영화에 대한 몰입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웃음을 효과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 영화는 아쉽게도 시나리오를
효과적으로 영상화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