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에게 간호사가 투석기와 환자의 혈관을 연결하고 있다.<br><a href=mailto:cjkim@chosun.com>/김창종기자 <

우리나라에서 말기상태의 만성 신부전(腎不全)증 환자는 한해 약
4200여명이 발생한다. 이들은 신장 기능이 오랜 기간 상실돼, 신장
기능을 대체할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경우이다. 신장은 흔히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빈혈이 생기지 않도록 혈액 성분을 만드는 조혈호르몬을
생성하고, 칼슘량 등을 조절하여 혈압 관리에도 관여한다. 이 때문에
만성신부전증은 소변으로 걸러져야 할 독성물질이 체내에 축적하고,
심혈관과 뼈 등에 많은 합병증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킨다.

국내에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수만도 약
2만500여명에 이른다. 게다가 이 질환을 일으키는 당뇨나 고혈압 등이
급속히 늘면서, 만성 신부전증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 왜 생기나

원인은 여러가지다.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가 약40%로 가장 흔하고,
고혈압·신장염(사구체염)이 각각 30% 정도를 차지한다. 당뇨병으로
혈당조절이 오랜기간 안되면 남아도는 당 물질이 신장에서 노폐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사구체를 망가뜨린다. 이같은 현상은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가족 중에 당뇨병과 신장병을 같이 갖고 있는 환자가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고혈압은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의
압력을 높여 정상적으로는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않아야 할 단백질 성분이
유출되면서 신부전증이 된다. 사구체염은 그 자체가 신장의 노폐물 제거
기능을 떨어뜨린다.

◆ 미리 막을 수는 없나

만성 신부전증은 알게 모르게 서서히 진행한다. 신장은 기능이 70%까지
감소해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증세가 없더라도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신기능 검사를 해야 조기 진단할 수 있으며, 이후
철저한 관리를 하면 신장 기능이 감소하는 속도를 현저히 줄여줄 수
있다. 당뇨병에 의한 신부전증은 소변에서 미세(微細)단백뇨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서, 그것이 생기는 초기에 혈당관리를 잘하면 만성
신부전증으로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또한 고혈압·자가면역성
질환·고령자·가족중에 신장병이 있는 사람·과거에 신장병을 앓았던
사람 등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 신부전증 증세 줄이려면

신부전증이 진행되는 속도는 유전적인 영향으로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발병 원인에 따라 다르다. 우선은 신장에 부담이 되는 고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그 이유는 신장 기능이 감소하면 수분이나 염분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혈압이 오르는 데, 혈압이 높아지면 평소에는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않던 단백질 성분의 유출이 증가하고, 신장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사구체가 높은 압력을 받게 된다. 그것으로 신장이 망가지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혈압을 수축기125·이완기 75㎜Hg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외에도 신장에서 활동하는 특정 효소(ACE) 차단제를 복용하거나,
저(低)단백질 식사, 혈당 조절 등이 신부전증 진행 속도를 줄여 준다.
한편으론 신장에 나쁠 수 있는 약물들이나 신장으로 배설되는
항생제·소염진통제 등을 가능한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 만성 신부전증 상태라면

신장내과 전문의와 합병증에 대해 상의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 것 같지만 결국은 어떤 합병증이 얼마나 심하게
생기는가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합병증은 주로 소변으로
걸러져야 할 독성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심혈관계 질환·뼈 형성
이상·빈혈·신경염 등이 생긴다.

그중에도 만성 신부전증 환자 사망원인의 50%가 되는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과 고(高)지질혈증을 조절하고 금연이
필수다. 빈혈은 심장에 나쁜 영향을 주므로 조혈호르몬을 초기에
사용하면서 영양을 잘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다. 혈액속의 적혈구 등
혈구 성분(헤마토크리트)이 3% 증가되면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은 7%
감소한다. 신장 기능이 감소하면서 생기는 뼈 이상은 골격의 구성 성분인
인(P) 등 무기질 섭취 조절로 예방이 가능하다.

신장 기능이 15% 이하로 감소하면 대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하게 된다.
어차피 그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면 환자는 미리 투석이나 이식에
대해 전문교육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잘 이해한 후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응급 상황에 몰려서 선택하는 경우보다 환자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이식의 경우 미리 신장
제공자를 알아볼 수도 있으며, 혈액투석의 경우 미리 혈관수술을 해
둠으로써, 나중에 투석으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준비된
이식이나 투석생활은 정신적으로도 그 생활에 대한 적응을 쉽게 한다.

만성 신부전증은 최악의 경우가 되더라도 투석·이식 등 대체요법이
있다. 이것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의
80%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신장 기능이 어느 정도 인지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환자의 마음가짐이 더 나은 삶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안규리·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