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SBS가 서로 자사 재연 프로그램에서 상대 방송사의 최고 인기
드라마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해 방영, 시청자들로부터 의도적인
'흠집내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SBS '솔로몬의 선택'은 지난 9일 방송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렸다가
넉달 동안 반납하지 않은데 따른 손해 배상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이
상황을 재연하는데 등장한 인물의 이름은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
주인공 은아리영을 연상케 하는 '은아리송'. 소제목 또한
'잉어아가씨'였다. 은아리송은 직업마저 드라마 작가여서, 시청자들은
명백하게 '인어아가씨'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재연된
상황도 대본 작업을 다음 날로 미루기 일쑤일만큼 게으른 작가
은아리송이 시청률 저조로 드라마를 조기종영한 뒤 해외로 도피성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비디오테이프를 몇달씩 돌려주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반대로, MBC '타임머신'은 10일 방송된 '개와 바람에 관한 진실'에서
SBS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의 주인공인 김두한을 개로 둔갑시켰다.
극중 일본의 한 경양식집 주인 부부가 키우는 개 이름이
'긴또깡'이었던 것. '긴또깡'은 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으로
'야인시대'의 폭발적인 인기 이후 학생들 사이에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또한 일본인 주인 이름은 김두한의 숙적인 하야시로 설정했다. 그리고
'긴또깡'은 하야시의 부인이 바람을 피는 현장을 잡아내는 후각이
뛰어난 '명견'으로 묘사됐다.
이런 두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알게 모르게
상대 방송사에 대한 경쟁의식이 발동한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 의견이
오르고 있다. '솔로몬의 선택' 시청자 김종준씨는 "썩 유쾌한 내용도
아닌데 굳이 타방송사의 인기 드라마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가명을 이용했다면 얼마든지 오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야인시대'의 높은 인기 때문인지, '타임머신'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흥분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시청자 김영만씨는
"일본인이 키우는 개 이름을 굳이 '긴또깡'이라고 붙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솔로몬의 선택' 이창태PD는 "'인어아가씨'가 워낙
화제작이라서 시청자 눈길을 잡기 위해 소재로 사용했다"며 "다른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를 패러디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타임머신' 유해진PD도 "'야인시대'의 김두한처럼 극중 개가
의미있는 일을 이뤄낸다는 차원에서 '긴또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과거 방송분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재미를 위한 설정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