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에겐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공효진과의 인터뷰 첫머리에서 나이를
묻지 않을수 없었다. 긴 생머리에 블루진 차림. 많이 봐도 대학 신입생
같은 공효진이 눈을 깜박이며 답했다. "저 어려보이죠? 스물
셋이예요." 그간 영화 대여섯편에 얼굴을 비췄던 그가 이번에 처음으로
'주연'을 했다. 작품은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감독 이무영). 돈 많지만 소심한 남자 코미디언
오두찬(최광일)이, 진실됨이라곤 전혀 없이 몸만 예쁜 배은희(조은지)와
꾸려가던 결혼생활에 배은희의 사춘기적부터 애인(?)이던 태권소녀
황금숙(공효진)이 끼여들어 '이상한 동거'를 하는 영화다.
오늘 우리들이 살고 사랑하는 모습을 이죽거리며 낄낄 웃게 만드는 이
영화에서 공효진은 가장 '진지한' 인물. 자신의 '여자'인 배은희에게
불량배들이 추근대자 양미간을 확 찌푸리며 "야! 너 일루와봐"하고
달려들어 '유혈사태'를 빚는다. 남자 선생님 소변보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던 여고괴담2에서의 괴물 소녀 공효진 같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사랑하는' 동성애 상대가 결혼한 뒤, 스스로도 괴로운 삶을 살면서도
늘 배은희의 주변을 떠나지 않으면서 그녀의 괴로운 순간을 다독여주는
진득한 인물의 깊이를 보여준다.
"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말 많고 까불고 '날아가는' 성격인 것처럼
보는데 사실 안 그래요. 되게 직선적이구 화도 잘내지만 바로바로 다
풀구, 종종 외로움도 타고…. 그동안 영화들이 자꾸 제 껍데기만 쓰려고
했었지만 이번 금숙이는 저랑 참 닮은 거 같아요. 포용력도 있고. 이제야
제가 연기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어떤 평론가가 공효진 이미지엔 섹시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더니 "예? 제가요?"하면서 표정이 무척 밝아진다. 이번 영화에선
여자끼리의 '키스신'도 해냈다. "상대역인 은지하고 너무 친해서
편하게 잘 해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론 좀 굉장히 여성스러운 역할.
꼭 사랑이야기 주인공이 아니어도 굉장히 얌전하고 조용한 여성을 한번
연기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