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남쪽에 있는 뉴질랜드. 지도상에서는 호주와 비교되면서 매우
작은 섬나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한땅의 세 배다. 그만큼
볼거리·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북섬의 온천지대인 로토루아는
패키지여행에도 어김없이 포함되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자극적인 유황 냄새가 물씬하다. 호수의 수면,
골짜기에선 연기 같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어우러져 분위기는 더욱 기묘하다. 천국에서 엿보는 지옥. 뉴질랜드 북섬
최대의 관광지, 로토루아(Rotorua)다.
화카레와레와(Whakarewarewa) 지열 보존지역은 로토루아가 왜 '유황의
도시'인지를 알려준다. 시내 중심에서 남쪽으로 3㎞만 가면 15만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는 화산활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살필 수 있다.
공원 매표원이 다짜고짜 "어디서 왔느냐"라고 물어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코리아"라고 대답하면 우리말로 적힌 안내 쪽지를
쥐어준다.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집과 집회소, 공예실, 카누
등을 재현해 놓은 마오리 촌락을 둘러본 다음 본격적으로 '지구 중심
체험'에 나선다. 따끈따끈한 땅 위의 갈라진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증기가 신기하다. 탄소화합물 등의 화학작용 때문에 주위는 온통 회백색.
팥죽 끓는 듯한 진흙탕도 시선을 잡는다. 부글거리는 진흙이 꼭 개구리
뛰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개구리 연못'이라고 불리는 웅덩이도
있다.
뭐니뭐니 해도 화카레와레와의 볼거리는 간헐천(Geyser). 그중 마오리
말로 큰 분출, 폭발이라는 뜻을 가진 포후투(Pohutu)가 으뜸이다. 하루
열 번에서 스무 번쯤 5분에서 10분간 15~20m 높이로 물줄기를 뿜어
올린다. 바람이나 날씨에 따라 30m 이상 솟구치는 경우도 있다. 물과
증기, 가스가 빚어내는 자연의 힘에 관광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이곳처럼 사방 100m 안에 간헐천 예닐곱 개가
몰려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돌아나오는 길엔 마오리족의 예술과
생활관을 느낄 수 있는 문화센터를 잊지 않고 찾아본다.
한 번이라도 확실하게 간헐천의 원리를 확인하고 싶다면 아예
와이오타푸(Wai-O-Tapu)부터 들른다. 로토루아에서 남쪽으로 30㎞ 거리.
'신성한 물'이라는 본뜻보다는 '신비한 물'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듯하다. 표를 산 뒤 우선 공원 진입로에 있는 레이디 녹스(Lady Knox)
간헐천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매일 딱 한
번, 오전 10시15분에만 '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관람석에 자리 잡으면
무선 마이크를 단 안내원이 나타나 조그맣고 하얀 화산의 분화구에
가루비누 1.5㎏을 쏟아붓는다. "비누가 땅속에 층져 있는 찬 물과
뜨거운 물을 인공적으로 섞이게 해 분출을 유도한다"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뜨거운 물로 쉽게 빨래를 하려던 초기 이주민(주로
죄수)들이 생각해냈다"는 말이 들리는 사이, 분화구에선 비누거품이
줄줄 넘쳐난다. 그리곤 곧 '쏴아~'는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터져
올라온다. 자연 상태에선 분출 주기가 하루나 이틀에 한 번이라고 한다.
가늘어지는 물줄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을 찍은 뒤엔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역시 한글 안내서의 도움이 친절하다. 지하 산성수 작용으로
무너져 내린 분화구 '악마의 집'을 지나면 곧 '화가의 팔레트'가
나타난다. 널찍하고 얕은 연못에 연노란색과 녹색, 오렌지색, 적갈색
등의 물이 수채물감처럼 예쁘게 번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유황과
안티몬, 산화철 등 천연 화학 물질들이 부린 마술이다. 바로 옆 지름
60m짜리 '샴페인 풀'에선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내는 작은 물거품들이
수없이 방울졌다 터진다. 금, 은 성분까지 포함한 이 온천의 온도는
70도가 넘는다. 그렇다고 온천물에 찐 달걀 같은 건 안 판다. 공원 안은
완벽한 무공해, 무오염지역이다.
심심해진 입은 마오리족의 고유음식 '항이(Hangi)'로 달랜다. 구덩이
속의 지열로 달궈진 돌에 고기·곡류·야채 등이 든 음식 바구니를
올리고, 흙을 덮은 뒤 2~3시간 익히는 방식이 전통적. 요즘은 요리
과정을 단순화하고, 외국인에게 좀 거슬릴 수 있는 특유의 향취를 뺀
개량형이 많다. 항이를 들며 마오리 민속공연을 보는 호텔 등의 디너쇼도
인기다.
(로토루아(뉴질랜드)=성진혁기자 jhsung@chosun.com)
●여행수첩
▲가는 길:대한항공(www.koreanair.co.kr)이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매일 왕복(2회는 피지 경유). 직항은 11시간10분.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까지(240㎞)는 비행기보다 인터시티, 뉴먼즈 등 주요
버스노선(하루 2~3편 운행·3시간 30분~4시간)이나 승용차가 일반적.
승용차의 경우 1번 국도에서 출발,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 갈 수 있다.
▲비자:3개월 미만 관광은 필요없음.
▲환율 및 시차:미화 1달러가 2뉴질랜드달러(NZ달러). 화카레와레와 등
'5대 관광지'의 입장료는 각각 15~20 NZ달러. 폴리네시안 스파는 12~30
NZ달러.
▲전화:한국으로 걸 때엔 0082+0을 뺀 지역번호+가입자 번호. 수신자
부담은 009-82(한국통신), 009-83(데이콤).
▲개별여행 추천 여행사:ABC뉴질랜드㈜(www.abcnz.com). 335 NZ달러로
오클랜드~로토루아 1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소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머물 곳
①로토루아:로토루아 홈페이지(www.rotoruanz.com)의 방문자
정보(Visitor information) 숙박(accommodation)을 접속하면 호텔과 모텔
등 각종 숙박정보가 나온다. 예약도 가능.
②오클랜드:뉴질랜드관광청 홈페이지(www.purenz.com)의 숙박코너.
뉴질랜드 전역의 다양한 등급 숙소가 망라돼 있다. 역시 예약 가능.
▲로토루아 먹을 곳:마오리 전통식 항이와 민속공연을 볼 수 있는
디너쇼가 있다. 홈페이지 참조. 한식과 일식이 나오는 밀레니엄 하우스
등 한식당도 세 군데. 폴리네시안 스파 근처엔 한국 상품을 파는
편의점이 있다.
▲뉴질랜드관광청 서울사무소:(02)777-9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