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1.10)한 이후 신문·방송 등
매체를 통해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고 언급한 김정일의
발언을 잇달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북한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사설을 통해 "강박에는 무서운 강타로,
응징에는 무자비한 징벌로 대답하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응자세"라며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다음날 '용서치 않는다'제하의
정론을 통해서도 "미국에 경고한다"면서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는 우리의 배짱맛이 진짜 어떤 것인가를 그렇게도 맛보고
싶으면 지금보다 더한 별의별 미친 짓을 다해도 좋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같은 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사설과 정론을
내보냈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김정일이 지난 91년 한
회의 석상에서 언급한 것으로 북한 매체는 전하고 있다. 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붕괴의 여파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던 당시 김일성이
회의를 소집해 인민군 고위간부들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이길 수
있느냐"고 물었고, 간부들은 "이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일성은 재차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고, 당황한 간부들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김정일이 일어나 "우리는 이긴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없다. 우리 공화국이 지는 경우에는 지구가 깨어져 망할 때"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일성은 "김정일 동지처럼 신념이 강하고 영웅남아다운 배짱과 큰
통, 멸적의 의지를 지닌 지도자를 보지 못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그에게 넘겨주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정일은 그해 12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19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매체를 통해 김정일의 발언을 되풀이
소개하고 있는 것은 체제수호에 대한 강한 집념과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