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려면 다른 종교 전통과 대화를 나누고 넓고 깊은 영성을 가꾸어 나가야한다 ”고 말하는 김진 목사.<br>


크리스챤아카데미 선임연구위원 김진(金進·40) 목사는 종교간 대화에서
개신교 쪽의 차세대 대표주자이다. 그는 크리스챤아카데미가 진행하는
젊은 종교인 대화모임 '평화고리'를 책임지고 있으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URI) 등이 개최하는
각종 종교간 대화 모임의 단골 멤버이다. 그는 또한 '피할 수 없는
만남' '이웃 종교인과 함께 하는 하느님 나라' 등 종교간 대화를 다룬
책을 펴냈으며 신문·잡지·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독교의 진리는 다른 종교와 비교 검토할 때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함께
진지하게 따져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전(通全)적인 기독교 이해'를 강조하는 김진 목사의 사고와 활동은
폭넓은 궤적을 밟아 온 그의 신앙 역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수적인
개신교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 목사가 되려고 총신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는 순수한 기독교 신앙공동체를 통한 구원을 꿈꾸는
복음주의자였다. 하지만 1986년 당시 한국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스위스의 라브리 공동체를 찾은 체험이 김 목사를 바꾸어 놓았다.
사회·정치·문화와 신앙의 관계에 눈을 뜬 그는 이런 관심을 보다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함석헌의 종교
사상 연구'로 석사를 한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96년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신학박사를 받았다. 그는 인도 출신의 가톨릭
신부로 미국에서 종교학자·신학자로 명성을 떨친 파니카의
종교신학(宗敎神學)에 대해 학위 논문을 쓰면서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과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1997년 귀국한 그는
한신대·감신대·성공회대·이화여대 등에서 강의하는 한편 종교간 대화
활동에 적극 뛰어 들었다.

김진 목사가 최근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영성(靈性)이다. 그는 "종교간
대화에 참여하면서 영성의 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 목사는 기독교의 여러 교파들과
불교·힌두교 등 다른 종교의 영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벌였고
곧 이를 소책자들로 묶어낼 예정이다.

영성은 이론과 실천이 겸비돼야 한다. 그래서 김진 목사는 지난해초부터
'씨알수도회'를 이끌고 있다. 현재 9명의 회원들이 기도와 명상, 영적
독서와 피정 등을 함께 하며 개신교 수도원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크리스챤아카데미가 인도 낙푸르 지방에 '씨알아쉬람'을 세우는 일에
실무를 맡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매년 겨울과 여름 한달씩 현지를
방문하며 영성·노동·교육을 연결하는 아쉬람 운동의 중흥을 통해
새로운 문명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먼 길을 걸어서 기독교
공동체로 다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신앙과 구체적 삶을 연결하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김진 목사는 이와 관련된 저술과 번역에도 열심이다.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룬 사랑'(테레사 수녀) '인도에는 간디가 없다'(마크 톰슨
지음)'를 우리 말로 옮겼고, 3월 초에는 '함석헌 명상집:너 자신을
혁명하라'를 펴낸다. 김 목사는 "이론과 실천을 결합시킨 위대한
인물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성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