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5일 한밤중에 자신의 침실에서 납치됐던 미국 여자 아이(당시
14세)가 납치 9개월 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소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스마트 (Smart).

엘리자베스는 12일(현지시각) 유타주(州) 솔트레이크시티 자신의 집에서
남쪽으로 20마일 떨어진 샌디시(市) 거리에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풀려났다. 구조될 당시 가발을 쓰고 있었던 스마트는 납치범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엠마뉴엘'로 알려진 납치범(본명 브라이언 미첼)과 그
일행은 구속됐다.

AP통신은 이날 납치범을 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스마트씨 부부가
언론에 공개한 납치범으로 예상되는 범인의 몽타주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거리의 시민들이 납치범 얼굴을 알아보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애니타 디커슨이라는 시민이 거리의 남자가 범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에서 내려 다가가 육안으로 범인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의 몽타주는 납치사건 당일 밤 범인의 얼굴을 본 엘리자베스의 아홉
살난 여동생 메리가 기억해냈다. 메리는 당시 범인이 뒷문 창을 부수고
방으로 들어와 엘리자베스를 총으로 협박해서 납치할 때, 잠자고 있는
척하면서 범인의 얼굴을 보았는데, 최근 부모에게 당시의 범인이 지난
2001년 11월 스마트씨 집에서 잠시 공사일을 도와준 적이 있는
'엠마뉴엘'과 닮았다고 생각된다고 이야기한 것.

엠마뉴엘은 당시 길에서 만난 스마트 부인에게 구걸을 해서 5달러를
받았으며, 스마트 부인은 그를 지붕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도와주는
일꾼으로 고용했었다. 하지만 엠마뉴엘은 5시간 정도 일한 뒤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었다.

이에 앞서 납치범 몽타주 뉴스를 보고 엠마뉴엘의 누이가 당국에 전화를
해서 그의 신원을 확인해 주었으며, 엠마뉴엘의 의붓아들은 경찰에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미첼의 사진을 제공했다. 엠마뉴엘의 친척들은
"엠마뉴엘이 도시 밖 산속에서 천막집을 짓고 사는 집 없는 사람들의
지도자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당국에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아직 납치 동기와 엘리자베스가 납치된 후 어디에 있었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뉴욕=金載澔특파원 jaeho@chosun.com)